기사입력 2016-01-20 18:58:08
기사수정 2016-01-21 01:01:55
서울·경기·광주 보육대란 도미노 확산… 사립유치원 운영 마비 내몰려/ 직원들에 “월급 못 준다” 통보… 아이들 하나둘씩 결석 조짐/ 정부·교육청은 ‘네 탓’ 공방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무상보육이 결국 파탄으로 몰리고 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금 미지급으로 인한 ‘보육대란 도미노’가 서울과 경기, 광주를 시작으로 결국 현실화됐다.
지역 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유치원에 지급하는 1월 첫날인 20일 서울·경기·광주 3개 지역 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사립유치원들이 인건비 지급 불능으로 인한 운영마비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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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보육대란’이 현실화한 20일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영유아 인형을 안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
서울 성북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임현숙 원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운영비로 지원금을 다 썼더니 통장이 바닥나 30여만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당장 이번달부터는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니 월급날인 25일에 교사들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돈을 안 주니 어머님들한테 22만원 더 내라고 하면 그건 원장의 신뢰에도 타격이 가는 문제라서 불가능하다”며 “최근 뉴스가 나오고 나서부터 소리 소문도 없이 하루 서너 명씩 결석하는데, 연락해보면 ‘개인사정으로 당분간 쉬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초상집 분위기”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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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연합회 서울지회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서소문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재의요청을 수용할 것을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서울 관악구 한 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인 A(26·여)씨는 “오늘이 월급날인데, 원장님이 회의를 소집해 당장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유치원 교사 근로조건도 매우 열악한 편인데, 그 돈마저 줄 수 없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게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 잘사는 동네가 아니어서 혹시나 경제적 부담으로 아이들이 유치원에 나오지 못하게 될까 봐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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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보육대란’이 시작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집 입구를 청소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 해당 교육청들은 최악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며 ‘네 탓 공방’만 일삼으며 대책이나 합의안을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 21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직접 대화를 통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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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정부업무보고(국민행복:청년일자리 창출 및 맞춤형 복지)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시도교육감협의회 박재성 사무국장은 “교육부로부터 취임인사차 교육감들을 만나러 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정을 확정했다. 인사말씀 중 누리과정에 관한 교육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순 있겠지만 어떠한 협의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에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재원 원아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이재정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교육재정 악화로 초·중·고 공교육이 무너져 이미 ‘교육대란’인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파탄이 났다”고 말했다.
김예진·권이선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