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설립자 이사회 퇴진 조건…"사위를 대신 앉혀달라"

이사직 세습 요구 알려져 논란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의 설립자가 법인 이사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사직의 '세습'을 이사회에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학교법인 한성학원과 교육부에 따르면 한성대학교 설립자인 이희순(95) 한성학원 이사는 지난해 6월 열린 이사회에서 고령 등을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본인 대신 사위인 안모씨를 이사로 선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한성학원이 이달 초 홈페이지에 지난해 이사회 회의록을 게시하면서 드러났다.

회의록을 보면 이 이사는 일단 사의를 밝히면서도 "안씨가 이사로 선출되지 않으면 사퇴하지 않겠다"고 회의 석상에서 사퇴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일부 이사는 "이 이사가 사퇴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씨를 이사로 선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일단 먼저 사퇴하고 나서 이사 선출을 논의할 수 있다", "이사의 승계는 법에서 금지하는 것이다" 등의 의견을 내며 만류했다.

당시 이 이사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결정은 다음 이사회로 미뤄졌다.

두 달 뒤인 8월 이사회가 다시 열렸으나 그때도 '법과 정관에 따라 진행한다'는 원칙론만 확인했을 뿐, 이 안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 안건이 다뤄지지 않으면서 이 이사의 사퇴 안건은 처음 의사를 표명한 지 반 년이 지난 현재까지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대학가에서는 작년 10월 강신일 전 총장이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에 신임총장 선출 등 더 시급한 안건이 대두하면서 이사 사퇴 안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 이사의 조건부 사퇴가 이사회에서 정족수에 맞춰 처리되기만 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립학교법에 저촉되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성대 사례와 같은 조건부 사퇴라 하더라도 사립학교법상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소집돼 과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 선임되는 이사가 결격사유가 있거나, 이사회 내 상호 친인척 비율이 25%를 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 연구소인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법이 이사 선발 절차를 규정한 것은 민주적인 절차로 이사를 뽑아야 한다는 입법취지가 있는 것인데, 정족수만 채운다고 문제가 없다는 것은 형식논리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한성대의 사례는 명백히 자신의 친인척에게 이사직을 대물림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사립학교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이기에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