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이시형 선수 피겨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남양주시, 후원 계좌 개설…포털 모금사이트에 6천300명 서명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운동 지속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남자 피겨스케이팅 이시형(16)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후원 전용 계좌가 개설된데다가 포털사이트에서도 모금을 위한 서명운동이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10년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이 선수는 당시 남부럽지 않은 가정형편에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 만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고 어머니(54) 혼자 밤낮없이 궂은일을 하며 뒷바라지했다.

어머니의 정성과 노력에 이 선수는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등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머니의 어깨 인대가 파열돼 더는 이 선수를 뒷바라지할 수 없게 됐다. 올 하반기 미국에 가서 안무 등을 새로 짜려면 프로그램비, 항공료, 한 달 체류비 등 1천만원 가까이 들지만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새 프로그램으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랭킹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는데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런 이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 18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며 한 팬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피겨스케이팅 갤러리'에 관련 글을 게시했다. 피겨 팬 사이에 이 선수를 후원하자는 의견이 잇따랐고 일부 팬은 이 선수의 어머니가 사는 남양주시 금곡동사무소에 후원 방법 등을 문의하기도 했다.

결국 남양주시는 시의 원스톱보건복지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서부희망케어센터'를 예금주로 해 농협에 이 선수를 후원하는 전용 계좌(351-0851-6886-43)를 개설했다.

남양주시는 21일 "이 선수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후원하겠다는 전화가 쇄도해 전용 계좌를 개설했다"고 밝혔고 이범구 금곡동장은 "후원금은 전액 이 선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피겨 선수로 성장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도 이 선수 후원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희망해'(hope.daum.net)에 희망 모금을 신청, 하루 만인 21일 오후 3시 현재 6천300명이 넘게 서명했다. 포털사이트 측은 이 선수의 사연을 심사해 조만간 희망모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인 오모(여) 씨는 "대부분 피겨를 6살 때 시작하는데 이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는데도 정석으로 점프하는 등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피겨를 포기하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후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선수의 어머니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형이가 걱정하고 염려했던 부분을 팬들과 지역사회에서 해결해 줬다"며 "운동에만 전념해 김연아 선수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로 키우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