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르포> 與 텃밭 대구 "친박·진박 논란 혼란스럽다"

"지역 경제 살려줄 사람이면 여야 안가려요"...야권 교두보 마련 기대감 갈수록 커져
"친박이니 진박이니 우린 그런 것 모르고 혼란스럽기만 해요. 지역 경제 살려줄 사람이면 여야 누구도 상관없어요."

20대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새누리당 '텃밭'격인 대구는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새누리당 공천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현재까지 12개 선거구에 49명이다.

이 가운데 43명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은 각각 2명이다. 그만큼 유권자 관심도 새누리당 공천에 쏠려있다.

여당 내 공천 경쟁은 지난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으로 촉발된 청와대발 '친유(친 유승민)' 초선 의원 물갈이설에서 부터 시작했다.

여당 후보들 사이에 친박(친 박근혜), 진박(진짜 친박), 가박(가짜 친박) 논란까지 이어져 유권자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예비후보가 잇따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예비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이번에야 말로 새누리당 텃밭에 야권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 유승민 등 무조건 찍어내기 불만 고조 vs. 안일한 의원 물갈이 필요

지난해 7월 국회법 파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지목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 등을 겨냥한 인위적인 물갈이설에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도 상당하다.

이들은 한 마디로 옳든 그르든 선택권은 유권자에게 맡겨야 하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최모(37.동구 신천동)씨는 "지역 발전 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현역 의원이 있다면 물갈이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지역과 별로 연관도 없는 사람을 서울에서 내려보내는 행태는 시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경북대 모 교수는 "위에서 누구든 내려보내면 선거 때 표를 찍어줄 것이라는 인식은 시민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진박 논란은 패거리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고 동조했다.

그는 현역 물갈이에 대해 "밑에서부터 여론을 통해 정리가 되어야지 위에서부터 정리되는 것처럼 보이는 과정은 잘못됐다"며 "지역주의가 해소되거나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 정치 상황이 바뀌면 새누리당이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마모(49.여.서구 평리동)씨는 "내려찍기식 낙하산 공천은 더이상 대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리고 박심을 업고 내려왔다는 사람들이 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시내버스 기사 이모(48)씨는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안일하게 일해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여당이 앞장서서 물갈이를 해줄 필요는 있다"고 반대 주장을 폈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49)씨 역시 "지역 정치 풍토상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재선, 삼선을 쉽게 해온 것이 그동안 전례였던 점을 볼 때 인위적 물갈이는 불가피하다"고 가세했다. 

◇ 친박·진박 논란에 '짜증'…"우린 그런 것 몰라요"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공천 경쟁에 뛰어든 몇몇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지금 보이는 모습은 한마디로 코메디"라며 "친박·진박이니 하며 정치를 호도하려는 세력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회사원 우모(36·중구 남산동)씨도 "진박 논란이 등장한 것 자체가 대구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고 주장했다.

우씨는 "대구에서 후보들 공약과 정책 대결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는데 이런식으로 해선 시민들도 곱게 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등 새누리당 예비후보 5명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20일 대구 남구 한 식당에 모여 '진박 공동전선'을 구축키로 하자 곳곳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 전 행장은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다음날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진박, 비박, 친박, 가박이다는 말은 할 수가 없고 저에 대한 평가는 주민에게 받겠다"고 말해 지나친 친박 마케팅에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거리두기를 하려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누리당이 유권자를 위해 오히려 '짝퉁 친박'에 스크린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김모(23·여)씨는 "국민과 시민을 위해 일 할 줄 알고,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당 안에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수 있는 인사들을 우선 가려줘야 된다"고 말했다.



◇ 김문수-김부겸 빅매치 흥미 진진…야권 교두보 마련하나

'야당 후보의 무덤'이라고 하는 대구에서 김부겸 예비후보가 야권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을지도 시민들에게 큰 관심사다.

최근 대구 언론사별 지지도 조사에서 김 예비후보가 새누리당 내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잇따라 나오자 김부겸 후보측의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부겸 후보는 지역구(수성갑) 곳곳을 누비며 이번이 소위 '삼 세판'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김모(35)씨는 "김 후보는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중장년층 표심도 김 후보쪽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가 가까워지면 보수층이 결집해 결국 여당 후보가 당선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찮다.

60대 중반의 한 수성구 주민은 "야당 유력 정치인이 대구에서 3번째 도전한다는 사실에 적잖은 유권자가 동정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새누리당이나 김문수 후보나 정치 생명이 걸려 있다고 볼 수 있어 야당 후보가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택시 기사 김모(55)씨는 "서민들은 하루하루 삶이 팍팍하고 장래가 캄캄한데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서로 자리 싸움만 할 뿐, 지역경제와 시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겠다고 다투는 경우가 없어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