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훈의 스포츠 뒷담화]
◇ 천재는 타고 난다, 하지만…①경험은 못 당해
어느 분야에서든 타고난 천재는 있다. 잠 잘 것 다자고도 남보다 성적이 좋거나 설렁설렁하는데도 죽어라 하는 선수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낸다.
그렇지만 천재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느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뻗어나지 못한다.
특히 어느 단계를 벗어나는냐는 경험이 절대적이다.
▲김연아, 세계최고가 된 것은 천재성+해외 경험
김연아(26)는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관념을 깨뜨린 슈퍼스타이다.
한국선수가 피겨에서 세계정상을 정복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었다. 신체적 불리함보다는 환경적 원인이 그러한 판단의 배경이 됐다.
우리나라는 1년 내내 마음놓고 연습할 공간이 없다.
세계적 수준의 선수도 지도자도 없는 까닭에 수준 높은 그 무엇을 배우려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두가지만 놓고 봐도 세계수준 접근은 그야말로 헛소리였다.
여기에 의상, 안무, 음악, 컨디션 조절 전문가 등 분업화 된 지원스태프 구성은 어림없었다.
김연아가 세계최고가 된 것은 훈련 여건이 좋은 캐나다 등지로 전지훈련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피겨 유망주들은 많게는 억대가까이 드는 비용 때문에 해외 전훈을 알면서도 못했다.
김연아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삼성 등 후원업체들이 주니어시절 전지훈련 비용을 후원했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어릴적 경험이 향후 성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또 유명한 1만시간의 법칙(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려면 1만시간이상 공을 들여야 한다)이 말해주듯 훈련량 역시 성장에 절대적이다.
피겨의 경우 지상에서 100시간 훈련해봐야 좋은 빙질에서의 1시간만 못하다.
이런 이유로 김연아의 성공은 주니어시절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게끔 만든 후원업체, 매니지먼트사, 가족 모두의 힘이다.
▲ 피겨 천재 유영, 진짜 ‘제2의 김연아’되려면 해외로 나가야
최근 빙상계는 12살짜리 소녀 유영(문원초)에 푹빠져 있다. 유영은 지난 1월 10일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에서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우승, 김연아가 갖고 있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만 12세 6개월)을 갈아 치웠다. 유영은 쇼트프로그램 61.09점,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 68.53점, 예술점수 54.13점, 총점 122.66점 등 합계 183.75으로 정상을 밟았다.
재질과 기량, 신체적 조건 등을 제2의 김연아임이 틀립없다.
하지만 김연아처럼, 아니 능가하려면 역시 얼음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최고의 스승과 스태프, 좋은 빙질을 만나야 한다.
그러려면 하는 수 없이 환경이 좋은 곳으로 떠날 수 밖에 없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마음의 격려도 좋지만 재정적 지원이다. 1년 내내 얼음판에 있을수록 세계정상으로 가는 길은 보다 넓어지고 가까워 진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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