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 '뇌관'으로 떠오른 ELS

2조원 어치 원금손실 구간 진입
증권사들도 약 14조 손실 예상
증권사 욕심·당국 관리부실 원인
저금리 시대 유망한 ‘중위험·중수익’으로 포장돼 불티나게 팔렸던 주가연계증권(ELS)이 금융불안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24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ELS 규모는 총 76조원으로, 이중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46조3364억원이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전체 ELS의 약 60%에 달하는 것이다.

H지수가 지난 21일 8000선이 붕괴하면서 ELS의 원금손실 위험이 커졌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주가가 특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새로운 손익구조가 적용되는 녹인(Knock-in·원금 손실) 조건이 있다. 일단 한 번이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기초자산가격이 가입 때의 80∼90% 선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금융위는 최근 H지수 폭락으로 원금손실 위험에 처한 ELS 규모가 약 2조원으로 추산했다.

증권사들도 자체 헤지 물량 약 14조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들은 ELS 투자금을 선물·옵션 등에 분산해 헤지(위험회피)를 해놨는데, 홍콩 증시 급락으로 헤지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한 데는 증권사들의 욕심과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ELS는 손익 구조가 복잡하고, 투자설명서에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했음에도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선전했다.

ELS를 판매하면 수익률과 관계없이 가입금액의 1% 내외의 선취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판매사로서는 많이 파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또 고객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변동성이 높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해 이번 사태를 키웠다.

금융당국은 H지수 쏠림 현상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상 조치 명령권을 발동하거나 행정 지도 형식으로 H지수 ELS 발행을 중단시킬 수 있지만 ‘업계 자율’에 맡겼다.

이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