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26 14:46:54
기사수정 2016-01-28 15:24:43
'오타쿠(이하 마니아)'란 말은 남을 높여 그의 집이나 가정을 뜻하는 말로 일본인이 상대에게 사용하는 존대어이며, 다른 의미로는 '어느 한 것에 몰두하며 사물에 깊은 관심과 지식이 있는 (연구하는)사람'의 뜻으로도 사용된다.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1970년대 후반 일본 만화 '기동전사 건담'이 큰 인기를 얻은 후 프라모델, 잡지 등을 수집하던 마니아들이 대화에서 "お宅では~(댁에서는)~"라고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정보를 얻는 데서 유래됐다는 말이 있다.
당시만 해도 마니아란 말은 '정신적으로 병들어 사회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취급됐으나 90년대 이르러 경제적, 특정 분야의 전문성, 희귀성 등 긍정적인 면이 주목받으면서 지금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됐고, 지금 수많은 분야의 마니아들이 일본 전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일 마이니치신문이 야노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5 오타쿠 시장 조사'(상위 19개 분야) 최신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조사대상 15세에서 69세 남녀 9862명 중 자신을 마니아라고 자처한 비율이 22%(2170명)로 나타났다. 즉, 조사대상 5명 중 1명이 '오타쿠'인 셈으로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수를 참작한다면 비율은 이보다 높으며, 19개 상위항목 시장규모는 4695억엔(약 4조 7737억원)으로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전체규모를 약 2조엔으로 내다봤다.
그들은 주로 아이돌 관련(1186억엔), 잡지(757억엔), 성인비디오 및 용품(512억엔), 코스튬(430억엔), 프라모델(261억엔)에 돈을 사용했다. 신문은 성인비디오 및 용품보다 낮았던 아이돌 관련 시장이 급증한 것에 주목하며 한류스타의 일본 진출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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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노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5 오타쿠 시장 조사'(상위 19개 분야) 최신보고서. (사진= 마이니치신문·텍스트 번역 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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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 15세에서 69세 남녀 9862명 중 자신을 마니아라고 자처한 비율은 22%였고, 그중 기혼자는 37.9%, 미혼자는 13.2%였다. (사진= 야노 경제연구소 시장조사 캡처) |
이런 중 그들의 말을 옮겨 적자면 22일 마니아들을 '열광과 분노에 휩싸이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사건은 다름 피큐어 한정판 판매로 TV에서 방영된 만화 '따분한 그녀의 육아 방법'의 '카토 메구미'란 주인공의 피규어가 10개 한정으로 판매되자 마니아들의 강한 요구로 무려 10개가 추가되어 총 20개 한정 판매가 22일부터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자 역시 깜짝 놀랐던 건 '20개 한정판'이 아닌 가격으로 무려 198만엔(약 2016만원) 이었다. 또 22일부터 판매된 '우루세이 야츠라'란 애니메이션 '라무짱' 피규어는 100만엔(약 1017만원) 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고가의 피규어가 순식간에 완판돼 지금도 추가 판매 요구가 이어지고 마니아들은 "팔릴 것은 팔린다"며 이해와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들의 놀라움은 단지 피규어 구매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홀로그램과 대화하는 주인공처럼 로봇과 대화하며 집안 가전기기 등을 조종하는 영화 속 이야기가 마니아들에 의해 올 10월부터 현실이 된다. 자신들 스스로 ‘미친 창조자’, '마니아'라고 말한 그들은 남들이 상상만 했던 일들을 현실로 끌어내며 세계 최초로 '캐릭터 홀로그램 커뮤니케이션 로봇'을 개발했다.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지금 일본 마니아의 현재 모습이며 많은 분야와 놀라운 일중 단 2개를 예로 들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등에서 그들의 소비와 관심을 매년 집중 조명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또 한류스타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층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스타들과 드라마, 노래 등이 일본으로 건너가 멋진 활약을 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에 심취한 마니아들이 있어 우리나라 CG·일러스트 등이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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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가 개발한 세계 최초 '캐릭터 홀로그램 커뮤니케이션 로봇' 홍보영상.(사진= 유튜브 캡처) |
마니아는 살인적인 생존경쟁을 피해 풍요 속에서 자라나 소비만 하고 산 세대이며, 일본 교육 제도의 희생자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마니아 출신의 한 사업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증후와 원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가상의 차원으로 도피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사회 환경에 의해 억눌려 있기 때문으로 자신이 불가결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게 해 주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하다. 내가 보기에 오타쿠들은 자신들의 인격을 확립하기 위해 자기들에게 가까운 영역, 곧 만화·만화영화·아이돌·컴퓨터에 몰두하는 것 같다. 그들은 정체성을 확보와 또래들 앞에서 존재한다는 느낌, 나아가 자기들의 자아를 강화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으면 사는 것은 힘들다”
마니아들의 이런 독특한 발상과 열정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나아가 창조로 나타나는 것은 자신이 원하고 꿈꿔왔던 일에 깊은 관심과 몰두한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한편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일본 전문가인 에티엔 바랄은 저서 '오타쿠 가상세계의 아이들에서 “소비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타쿠들은 이제 기업가들의 표적이 된다. 그들의 정열을 만족시킨다는 핑계 아래 생겨난 수많은 오타쿠 전문점들은 오늘날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대부분의 다른 업종들이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말이다. 정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사는 오타쿠들은 자기들이 욕망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누가 그것을 팔기만 한다면 가진 돈을 다 주고서라도 살 준비가 되어 있는바, 점점 더 많은 사업가들이 이 시장의 잠재력을 포착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쓴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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