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 혁신역량 추락… ‘성장 동력’ 좀먹는다

[추락하는 국가 혁신 역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사 국가 발전의 추동력인 우리나라 ‘혁신역량’이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침몰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블룸버그에서 선정한 세계 혁신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하는 등 외양은 화려하지만 질적으로는 세계 주요국 하위권이며, 특히 기업 혁신역량은 하락속도가 위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세계 주요 38개국을 독자적으로 비교·조사한 ‘2015 글로벌 혁신 스코어보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종합 혁신역량이 2007년 17위에서 2013년 18위로 ‘약화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1단계 하락에 불과하나 그 기간 동안 국가가 총력으로 혁신을 강조하며 자원을 투입한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대목이다. 연구원은 심지어 삼성·LG 등 일부 혁신 ‘스타 플레이어’의 성과를 걷어 내면 25∼26위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 혁신활동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해 처음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국가 혁신역량의) 체격은 커졌으나 체력은 약하고, 가지는 무성하나 열매 맺는 가지는 적다”로 압축된다.

국가경제 규모에 걸맞게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등은 세계 상위권 수준을 유지 중이나 내실이 부족해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효율적 투자로 결과를 산출한 후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할 정부 역량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자치구, 법무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국민권익위원회 등 5개 부처로부터의 `국가혁신`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주요 혁신 주체인 국내 기업의 자체 혁신역량은 2007년 7위에서 2010년 16위, 2013년 17위로 추락했다. 이조차 소수 대기업의 활약에 의한 착시효과가 커서 그 실체는 더욱 빈약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대학·연구기관·기업의 숫자나 연구인력·예산 등이 반영되는 혁신 안정성 면에선 우리나라가 세계 7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 혁신 주체의 성과를 반영하는 효율성에선 30위권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높은 교육열, 이공계 선호, 부문별로 전문화된 연구조직, 기업 연구인력의 높은 수준은 강점”이라고 꼽았다. 다만 “획일적인 입시·취업 위주 교육, 낮은 수준의 대학 연구역량, 창의적 문화 부족, 관료화·노쇠화된 연구조직, 비정규직 연구원의 고용불안, 낮은 수준의 기술창업, 대기업 중심 구조 등이 약점”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책임자인 김기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동향정보실장은 “각종 과학기술 성과 지표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 시작하게 된 연구”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