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2030세대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다

최근 정부는 공공임대 주택인 행복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입주자격을 완화하는 등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대상을 신혼부부·대학생·취업준비생 등으로 한정했습니다. 대부분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차원의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어서 주거시장 안정에 별다른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2030세대 청년층의 소득 감소, 주택 매매·전월세 가격 상승은 향후 재산 및 주택수요 감소로 이어져 집값 하락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얼마 전 국토연구원에서 펴낸 연구보고서를 통해 청년층의 주거실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서울 시내 주택 10채 중 6채는 청년층에게는 이른바 '그림의 떡'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성장이 심화되면서 소득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경우 5년 뒤인 2020년경 청년층이 본인의 자산으로 서울·수도권에 입주할 수 있는 전월세 주택은 전체의 7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 국책연구기관이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등을 활용해 2014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당시 25∼29세였던 청년이 35∼39세가 됐을 때 구입 가능한 주택을 추산해 도출한 결과다.

◆최초 주택 구입 나이 평균 38.9세

국토부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등으로 가구를 형성하고, 최초로 주택을 사는 나이는 평균 38.9세였다.

최근 국토연구원의 '저성장시대 청년층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1∼2020년 경제성장률을 3.6%로 가정할 경우 2014년 25∼29세인 청년은 10년이 지나 나이가 들고 소득이 증가해도 서울에 있는 주택 가운데 56.4%만 살 수 있었다.

이 비율은 수도권에 사는 35∼39세의 소득을 월 342만9000원, 순자산을 1억453만원으로 가정한 뒤 소득과 자산, 주택담보대출 등을 고려할 경우 35∼39세가 부담할 수 있는 주택가격은 3억8421만원이 된다고 추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같은 추정을 바탕으로 지역별로 35∼39세가 구입 가능한 주택 비율은 경기 83.7%, 인천 96.1%였으며 비수도권(부담 가능 주택가격 3억5224만원)은 △울산 87.5% △대구 89.0% △부산 92.0% △광주 97.4% 등이었다.

◆35~39세 구입 가능한 주택 비율, 연이은 불황에 급락

35∼39세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의 비율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급감했다. 원래 추정보다 경제성장률이 약 5%p 둔화해 청년층의 소득증가율이 낮아지면, 서울의 주택 가운데 35∼39세가 살 수 있는 주택은 47.8%에 그쳤다.

또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에 더해 상용근로자 비율이 5%p 감소할 경우 35∼39세가 부담할 수 있는 주택가격이 3억3525만원으로 하락, 서울에 있는 주택 가운데 46.4%만 사들일 수 있었다.

경제성장률·상용근로자 비율 하락과 더불어 월세가구 비중이 5%p 증가해 청년층의 순자산이 추가로 감소하면, 35∼39세가 살 수 있는 서울의 주택은 40.8%에 머물렀다.

서울에 있는 주택 10채 가운데 6채는 청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추정마저도 집값이 2014년 실거래가에서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했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주택 60%, 청년층에게는 '화중지병(畵中之餠)'

국토연구원은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가 지속될 것이고, 주택시장은 이에 따른 영향을 계속 받을 것이란 점에서 청년층을 위한 새로운 주택정책의 정립이 필요하다"며 "청년층이 주거복지정책의 배려대상이 아닌 주택수요 창출자로 역할을 수 있도록 주택시장에서 그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가 어느 정도일지 예단하긴 어렵다"며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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