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세일즈 외교… '이란발 특수' 길 닦는다

정상 방문으로 한국 이미지 개선 기대
핵 해결 이란 협력 통한 대북 메시지도
장기 제재로 인프라 낙후… 수요 상당
정부, 해제 대비 관계회복 물밑 작업
내달 장관급 공동위… 사절단도 파견
청와대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추진 사실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우리 민·관의 이란 진출 확대 행보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추진은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 후 국제사회의 이란 러시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정상 외교 차원에서 이란발 중동특수를 잡겠다는 세일즈 외교의 일환이다. 국제사회와의 협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한 이란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측면도 있다.

이란 진출한 중국 무역회사 광고판 이란에 진출한 중국 무역회사의 광고판이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탑승구에 설치돼 있다. 최근 이란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교역규모 확대를 약속했다.
테헤란=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제재 해제 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을 찾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연내 이란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이란을 방문하면 한·이란 경제협력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이란은 권위주의 체제라서 정상외교가 중요하다”며 “이란이 개방되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정상외교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국제사회의 장기 제재 영향으로 낙후한 사회인프라 건설과 항공 분야 수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주재 대사를 지낸 김영목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이란이 어마어마한 노다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십년 동안 개발하지 못한 만큼 인프라 개발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물밑에선 교류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미국이 2012년부터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재대상 이란기업·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을 통해 이란산 원유수입을 제한할 때도 예외국 지위를 얻어 물량은 줄었으나 꾸준히 석유를 수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재 기간 동안 다른 나라 민간기업들은 다 이란을 빠져나왔지만 우리 기업은 잔류하며 경제협력을 유지해 이란 측이 고마워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도 제재 해제에 대비해 이란에 공을 들였다. 핵 협상 타결(지난해 7월) 직전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이란 방문을 통해 관계 회복의 길을 닦았고, 11월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우리 외교장관으로는 14년 만에 이란을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서울공항에서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 전용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는 27일 권희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과장급이 참여하는 대이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양국 고위인사 교류 강화, 우리 기업의 이란 진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란을 포함한 27개 재외공관에 ‘해외건설 수주 지원협의회’를 설치해 해외 건설사업 입찰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다음달 29일 이란에서 양국 장관급 경제공동위를 열고 이를 계기로 약 13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파견한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