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353일 만에 백의종군 "힘든 시간 많았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출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7일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지난해 2·8 전당대회로 취임한 뒤 353일 만이다. 문 대표는 “감회가 많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더민주는 이날 중앙위를 열어 지도부 총사퇴에 따른 비상대책위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중앙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직까지 겸하게 됐다.

“평당원으로 돌아갑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사퇴한 27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가 걸린 국회 당대표실에서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위 사진) 문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당을 잘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아래 사진)
이재문 기자· 문재인 대표 페이스북 캡처
문 대표는 이날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의 실천과 훌륭한 분들의 영입으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는 가운데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대표를 하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이었다. 우리 당의 심장인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과 좌절이었다”며 “저의 사퇴를 계기로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문 대표의 말처럼 문 대표의 지난 1년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 대표 취임 후 두 달여 만에 치러진 4·29 재·보궐선거 4곳에서 모두 패배하자 책임론에 부딪혔다.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위기 돌파를 시도했지만 비주류 진영의 반발로 계속 수세에 몰렸다.

결국 지난해 말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시작으로 호남과 수도권 의원 10여명의 줄탈당으로 이어지며 사실상 분당 사태를 맞았다. 문 대표는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20명에 달하는 인재를 영입하며 대표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했다. 문 대표는 당분간 경남 양산 자택에서 머물며 휴식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호의 키를 잡은 김 위원장은 이날 박영선, 변재일, 우윤근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등 7명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하며 당 장악에 속도를 냈다. 김 위원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친노(친노무현)는 최대한 배제하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배치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당장 총선에서의 공천룰 관리와 현역 물갈이를 포함한 인적 쇄신은 물론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 또는 통합의 과제도 떠안게 됐다. 김 위원장은 당 대변인에 김성수 대변인을 유임하고, 비서실장으로는 충남 공주에 지역구를 둔 박수현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이 선거운동을 이유로 고사했으나 김 위원장이 “충청권 인사 발탁이 중요하다”며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보위 참여 논란에 대해 “제가 국보위에 참여했던 전력이 광주 여러분들에게 참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시켜 ‘잘못된 것을 왜 잘못됐다고 고백하지 않느냐’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 분들께 굉장히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앞서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후회한 적 없다”고 발언한 것을 감안하면 텃밭인 호남 정서를 의식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