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국산차를 타야 할까. 수입차는 일부 부유층들만 탈 수 있는 것일까?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입차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입차보다는 국산차 구입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과거의 인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면 수입차보다는 국산차를 타는 것이 보기 좋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자가 40%에 머무른 것.
◆한국인이면 그래도 국산차 타야? "이젠 옛말"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은 47.4%로, 동의 의견을 상회했다. 젊은 층에서 국산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기 좋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강했다. 트렌드모니터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2013~2014년 비슷한 조사와 비교했을 때, 이런 결과는 한국인이라면 수입차보다는 국산차를 타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당연히 국산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졌지만, 수입차에 대한 접근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전체 10명 중 8명은 최근 한국인들도 비교적 수입차를 쉽게 타는 것 같다고 느꼈다. 88.5%가 수입차는 예전처럼 부자들만 타는 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응답했으며, 지인 중에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비자도 10명 중 6명이었다. 수입차의 전반적인 가격이 낮아진 게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여진다.
66%는 요즘 수입차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체감하고 있었으며, 수입차 중 일부는 국산차보다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는데 69.7%가 동의했다. 이는 FTA 발효와 수입차 업체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전보다 수입차 가격이 저렴해진 게 수입차 증가의 가장 근본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2명 중 1명은 수입차라고 하면 등급과 배기량을 막론하고 비싼 차로 보인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수입차도 저렴한 차와 비싼 차가 있다는 인식이 보다 뚜렷해진 모습이었다.
◆수입차 대중화, 더 가속도 붙을 듯
수입차의 대중화는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체 81.8%가 향후 수입차 판매량이 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바라본 것이다. 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2013~2014년 조사보다도 높아진 결과로, 수입차 보유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향후 국산차 판매량이 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20.4%로 낮은 수준이었다.
수입차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어느 정도의 고정적인 이미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입차 보유에 대한 이미지 조사 결과, 전체 79.4%는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 무시 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75.4%가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 사회적으로 대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으며,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대접해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10명 중 6명에 달했다.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는 의견도 66.7%였다.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과시적인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전체 73.2%가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과시형’일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인 것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를 탈 것이라는 데도 10명 중 8명이 동의했다.
차량 구입 가격이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국산차와 수입차 중 어느 것을 구입할 지를 묻는 질문엔 연령별 선호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전체적으로 국산차를 구입할 것 같다는 응답이 수입차를 구입할 것이라는 응답보다 다소 우위에 있었다.
◆선호 브랜드, BMW>아우디>벤츠 順
국산차는 남성보다 여성·고연령 층의 구입의향이 높은 반면, 수입차는 여성보다 남성·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특징을 보였다. 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는 국산 브랜드를 사야 한다는 오랜 인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수입차 구매 의향을 보인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BMW(54.2%·중복응답) △아우디(49.1%) △벤츠(36.4%) △폭스바겐(23.7%) △랜드로버(15.6%) △도요타(11.9%) 순이었다. 반면 국산차 구입 의향을 밝힌 응답자들은 수입차 비구매 의향의 이유로 사고나 고장 시 부품교환 및 수리 비용이 높을 것 같다(64.9%·중복응답)는 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A/S를 받을 만한 곳이 많지 않을 것 같고(57.6%), 자동차 세금 및 보험료가 비쌀 것 같다(49%)는 문제 제기도 많았다.
수입차 브랜드에 대한 인지는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직접 차를 보게 되면서 이뤄지는 경우(51.8%·중복응답)가 가장 많았다. 신문이나 TV·잡지에 실린 광고(39%)와 영화·드라마(32%)를 통해 접했거나, 가족과 이웃의 소유를 통해(25.6%) 수입차 브랜드를 알게 됐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각 수입차 브랜드 선호자들은 공통적으로 차량의 안정성을 그 이유로 많이 꼽았다. 다만, 차량의 안정성을 제외한 브랜드 선호 이유에서는 각 브랜드별로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폭스바겐, '연비 좋은 차'라는 이미지 여전
BMW와 벤츠는 품격이 느껴지고 전통적인 자동차 전문회사 제품이며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 선호한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그에 비해 아우디와 폭스바겐·렉서스는 디자인의 우수성 때문에 선호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폭스바겐의 경우 수입차 중 연비가 가장 좋다는 인식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았다. 최근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에도 국내에서는 연비가 좋은 차라는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확고했다.
최근 국내에서 부쩍 많이 볼 수 있게 된 수입차 브랜드로는 BMW(63.1%·중복응답)가 첫손에 꼽혔다. BMW가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아우디(48.6%) △벤츠(39.4%) △폭스바겐(32.3%) △렉서스(16.4%) 차량이 많아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트렌드모니터는 "각 수입차 브랜드 차량의 증가 원인에 대해서는 차량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는 이유를 공통적으로 많이 거론했다"며 "디자인의 희소성, 판매점의 증가를 이유로 꼽는 응답자들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세계닷컴>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