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급속 확산···제2의 에볼라 되나

WHO 늑장 대응 재현…전문가들 "신속·차분한 대응 필요" 한목소리
브라질의 소두증 아기
지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과거 신속한 대응에 실패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에볼라 사태'의 재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느슨한 초기 대응이 대유행으로 이어졌던 2014∼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WHO가 에볼라 사태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것은 2014년 8월 8일이었다.

기니의 에밀 우아무노라는 남자 아기가 2013년 12월 에볼라 바이러스의 첫 희생자가 된지 8개월이나 지나서였다.

WHO가 장비 부족, 운영 미숙, 조직 내부 소통 부족 등 문제를 노출하는 사이 에볼라는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인근 국가로 급속히 확산했다.

2013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사례는 약 2만9천 건에 달하며 1만1천300여 명이 숨졌다고 WHO는 집계했다.

WHO는 지난해 11월 7일 시에라리온, 구랍 29일 기니, 지난 14일 라이베리아의 에볼라 종식을 선언했다.
15일(현지시각)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 `스톱 에볼라`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서아프리카 3개국의 에볼라 종식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시에라리온에서 새로운 에볼라 감염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3개국 종식 선언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5일 시에라리온에서 새로운 에볼라 감염 사망자가 발생, 에볼라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첫 발견 이후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감염 사례가 급증하는 등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2014년의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와 비슷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대니얼 루시 박사는 "에볼라 때처럼 지금은 이미 행동할 시간이 지났다"며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시 박사는 전날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기고문에서 "WHO는 여전히 지카 바이러스 사태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7일(현지시간) 브라질 헤시피에 위치한 피오크루즈(Fiocruz)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 mosquitoe)`를 플래스틱 통에 담고 있다. `이집트 숲 모기`는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지난해 11월 지카 바이러스 및 소두증과 관련한 국가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HO는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사이에는 정황 증거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5일 임신 여성들을 상대로 남미 국가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발표해 WHO의 대응과 온도 차를 보였다.

에볼라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지카 바이러스 대응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언론이 주동하는 '유행병에 대한 공포'가 '공포의 유행병'을 만들게 둬서는 안 된다"며 차분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에볼라 위기 당시 보건 관계자들은 공포가 최악의 적이었다고 말했다"며 "경고가 너무 과하면 더 큰 경고와 거짓 추측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세계적 안보 위협으로 보고 대응하다 보니 병의 발발을 막을 수 있는 포괄적인 체제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이 에볼라의 자국 유입을 막는 데 급급해 공항의 열 감지기 설치 등 정치적 행동에만 나서고 정작 서아프리카 피해 지역의 보건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에볼라와 지카는 엄연히 다른 바이러스인 만큼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가디언은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를 통해 퍼지므로 모기 박멸이나 유충 제거 등의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