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갯바람 맞으며 자식 키워낸 어머니

KBS2 ‘다큐3일’ 31일 오후 10시40분 KBS 2TV ‘다큐3일’은 해남 내동마을의 굴 캐는 어머니들의 일상을 담았다.

한반도 남쪽 끝 북일면 내동마을의 134가구는 굴, 낙지, 바지락을 캐며 살아가는 정겨운 마을이다. 보름에 한 번,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를 아주머니들은 ‘개트는 날’이라고 부른다. 이날이 되면 아주머니들부터 90세 할머니까지 이 동네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굴을 캔다. 

31일 ‘다큐3일- 어머니의 꿀밭, 해남 내동마을의 겨울’에서는 한평생 굴을 캐 식구들 뒷바라지를 해 온 전남 해남 내동마을 아주머니들의 삶을 전한다.
KBS 제공
갯바람이 매섭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뻘에 나가 굴을 캔다. 오랜 시간 뻘에서 캔 굴을 새벽부터 장에 나가 팔아 자식 뒷바라지를 해온 어머니들이다. 추운 겨울, 시린 손으로 호미를 잡고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굴을 캔다. 자식들을 먹여살린 어머니의 굴은 그래서 ‘꿀’이다.

자식 키우고, 마을을 지켜온 어머니들은 공동작업이 없는 날에도 굴 밭에 나가 굴을 캔다. 장화가 귀했던 옛날,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위에도 짚신과 고무신을 신고 굴을 캤던 어머니들. 그래서인지 내동마을 어머니들의 발은 하나같이 뼈가 튀어나와 있다.

75세 추금초 할머니는 이렇게 어렵게 캔 굴이 아깝지도 않은지, 항상 택배로 도시로 나간 자식들에게 보낸다. “항상 애기들 다 보내주지. 아주 맛있게 먹어. 이것을 어떻게 먹냐면 김치하고 딱 싸서 먹어봐. 맛있어.” 캔 굴 가운데에서도 가장 알이 굵고 속이 여문 굴만 골라 보내는 추 할머니.

시간이 지나 자식들은 장성하고, 어머니들의 등은 굽었지만 뭍에 있는 자식들 생각에 내동마을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굴밭에 나간다. 2016년 내동마을의 첫 ‘개트는 날’ 굴밭으로 모인 어머니들의 삶을 조명한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