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월 OPEC와 원유 감산 논의"

“사우디가 5% 줄이자며 회담 제의”
국제유가 올 첫 3일 연속 상승
‘이란 변수’ 등으로 실제 감산 의문
‘원유 초과 생산→저유가→국가 재정 고갈’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산유국 중에서 러시아가 처음으로 감산 의지를 내비쳤다. 저유가에 따른 손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감산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장관이 내달 오펙 회원국들과 원유 감산을 주제로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DPA 등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노바크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회담을 제안하면서 원유 생산을 5% 정도 줄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5% 감축은 200만배럴(하루 기준)을 줄이자는 것으로 이는 현재 초과 생산되는 원유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러시아는 15개월 정도 지속되는 세계적인 저유가 현상으로 경제위기에 몰리고 있다. 정부 수입의 절반을 원유·가스 수출로 충당해 예산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일자리 감소 등 실물경제는 물론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금융시장 역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 직후 오펙 일부 회원국은 “그런 회담 제안을 들은 적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사우디 정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원유 감산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불확실한 소식에도 국제 유가는 이날 호조세를 보이며 올해 처음으로 3일 연속 가격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92센트(2.9%) 오른 배럴당 33.22달러에 마감했고, 장중 한 때 8% 급등하기도 했다.

원유 감산의 ‘공동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실제 원유 감산에는 ‘회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 변수와 오펙 회원국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감산 합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방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은 향후 6개월 안에 하루 100만배럴을 더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오펙 회원국 중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는 사우디 등은 감산에 소극적이지만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검토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베네수엘라 등은 당장 원유 감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이크 위트너 애널리스트는 “사우디는 이란, 이라크, 러시아와 동시에 합의하지 않으면 현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조만간 원유 생산이 크게 줄어들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