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스토리] 가정과 병영, 영상통화·SNS 소통의 시대

공중전화 앞 장사진치던 풍경
이젠 병영생활의 추억속으로
‘늦은 겨울 밤, 전화기 앞에 선 김 이병 표정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부대 배치 이후 처음으로 가족에게 전화하는 그의 표정엔 간절함과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누른 지 몇 초나 흘렀을까,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통화대기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군 복무를 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게 바로 ‘군대 전화’다. 편지로 안부를 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군사우편은 일반우편에 비해 늦게 도착하는 까닭에 전화가 병사들 소통수단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군대 마트(PX) 등에 설치된 공중전화를 사용했다. 하지만 시외전화는 요금이 비싸 병사들은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며 통화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임관한 한 군 간부는 “부대 행정반에 전화가 있었지만 급한 일이 있을 때 소식을 전하는 수준이었다. ‘짬’이 안 되면 눈치 보며 간단한 안부만 물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전화요금이 부담스러운 병사들은 공중전화의 긴급통화 기능이나 전용단말기를 통해 수신자부담전화(콜렉트콜)를 이용했다. 수신자부담전화는 병사들의 요금 부담을 덜어줬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는 ‘요금 폭탄’을 안겼다. 회사원 이모(34·여)씨는 “10여년 전 대학시절 군에 입대한 남자 동기들로부터 수신자부담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며 “이 전화를 많이 받은 달에는 청구되는 통신요금이 껑충 뛰곤 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들은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심정에 수신자부담전화를 계속 받다가 통신요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다투거나 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전화카드를 보내 수신자부담전화를 적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병사가 병영생활관 내 생활실에 설치된 수신용 공용 휴대폰으로 가족과 통화하고 있다. 수신용 공용 휴대폰은 전군에 4만4686대가 설치된다.
국방부 제공
이 같은 ‘일방통행식’ 전화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2013년 10월 군이 병사 전용 수신전화기 6600여대를 설치하면서다. 병사의 가족이나 친구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달된 해당 부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당직 근무자가 병사를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기존 공중전화나 수신자부담전화와 비교할 때 병영과 가정의 소통 환경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병사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문제점은 2014년 윤 일병 폭행사망사건 직후 국방부가 ‘병영문화 혁신’ 대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통화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