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1-31 17:17:30
기사수정 2016-02-02 14:04:50
시장 판도 바꾸는 '화려한 싱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가 바꾸어 놓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현상 자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저변에는 사회 구성의 기본단위가 최소화된 큰 변화의 흐름이 깔려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곳은 기업이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되면서 시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다인 가구를 전제로 한 각종 정책을 바꿔가야 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전성기, 시장을 바꾸다
롯데마트는 최근 간편가정식 자체 브랜드 ‘요리하다’를 출시했다. 완성품으로 나오는 기존 간편가정식과 달리 반조리 형태의 제품도 포함하는 게 특징이다. ‘고급간편식’을 지향하는 ‘피코크’라는 이마트의 브랜드도 있다. 2009년 7000억원대 규모에서 2014년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간편가정식 시장을 둘러싼 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경기도에 건설 중인 한 오피스텔 건물은 74%를 원룸형 구조로 채웠다.‘먹방 프로그램’은 쉽고 간단하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제공해 젊은 층을 인기를 끌고 있고, 식당·노래방·카페 등에는 ‘나홀로 라운징’(혼자 사색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한 1인용 좌석이 늘고 있다. ‘1인 가구 전성시대’의 변화상을 꼽는 건 어렵지 않다. 간단하게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이들의 욕구에 따라 시장이 크게 변했다. 게다가 적극적인 소비성향까지 갖췄다. 통계청이 작성한 2014년 평균소비성향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80.5%로 전체 가구(73.6%)보다 6.9%포인트 높다. 1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하면 1인 가구는 80만5000원을, 2인 이상 가구는 73만6000원을 쓴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 박지혜 연구원은 1인 가구의 문화서비스 지출 행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맞춤형 문화 서비스와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용·거주 불안, 고민을 던지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 적잖은 고민도 던지기도 한다. 상당수가 저소득층이어서다. 거주와 고용 불안은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연령별, 가구유형별 소득계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1인 가구의 저소득층 비중은 45.1%에 달했다. 2인 이상 가구의 10.9%에 비해 상당히 높다. 특히 60대 이상 1인 가구의 66.7%가 저소득층으로 분류됐다. 월 가처분소득은 84만원에 불과해 200만원 정도되는 40, 50대보다 현저하게 적다.
주거불안은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인 가구는 월세 거주 비율이 23.5%에 달한다. 2인 이상 가구의 10.9%보다 월등이 높다. 특히 20, 30대의 월세 거주율은 36.7%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잇달아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 방안에서 저소득 1인 가구 보호를 정책의 중심에 놨다. ‘리모델링 매입임대’ 정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노후 단독·다가구 주택을 매입한 뒤 1인용 소형주택으로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하고 독거노인, 대학생 등에게 싸게 공급하는 정책이다. 기존 1000호에다 1000호를 더해 올해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보증금 융자 지원 등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