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창업 실패, 1600만원의 빚…종업원 일자리는?

자영업자의 40%는 창업 후 1년 내에 폐업했습니다. 특히 금융·보험업의 폐업률이 약 60%로 가장 높았는데요.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평균 1600만원의 빚을 떠안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조업이 2200여 만원으로 폐업시 가장 많은 부채가 발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할 경우 국가 고용 상황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점입니다. 자영업자의 ‘회전문 창업’ 실태와 그 해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1.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54)씨는 1년 전 직장에서 퇴직하고 집 근처에 소규모 편의점을 창업했다. 퇴직 후 중소기업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연거푸 실패, 결국 퇴직금 등을 모아 자영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대학생인 아들과 함께 24시간 매일 쉬지 않고 일했지만, 한달에 남는 돈은 겨우 150여 만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자영업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주변 점포들과 경쟁을 해야 돼 매출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2. 수도권의 한 신도시에 거주하는 박모(52)씨는 은행에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집 근처에 치킨집을 개업했다. 사업 초기엔 이벤트 회사 프로모션, 지인 소개 등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자 건물주가 임대료 상승을 요구해왔고, 일을 잘 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바람에 결국 적자가 나 폐업의 위기에 내몰렸다. 박씨는 "이 가게를 폐업하면 당장 여기서 일하는 알바생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도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을 하기는커녕 되레 돈을 더 빌려야 하는 처지라 결국 치킨집을 접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의 평균 창업률·폐업률.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제공

시장 과밀화와 회전문 식의 재창업이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자영업자의 40%는 창업 후 1년 내 폐업하고, 폐업하는 이들은 평균 약 1600만원의 빚을 떠안았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소상공인 회전문창업 실태와 해법의 실마리'라는 보고서에서 전국 창업업체의 40.2%는 1년 내 폐업한다고 밝혔다.

◆창업 5년차 페업률 70% 육박

창업한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2년째에 53.7%였다. 이어 △3년째 62.0% △4년째 66.6% △5년째에 69.1%까지 높아졌다.

창업 후 1년 내 폐업하는 자영업자 업종 중 금융·보험업의 폐업률은 59.9%였다. 뒤를 이어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46.4%) △숙박·음식점업(45.0%) △예술·스포츠·여가관련 서비스업과 도소매업(각각 44.7%)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 소상공인 평균 창업률·폐업률(2012년 기준). 자료 =중소기업연구원 제공

자영업자들은 폐업 시 평균 1588만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이 가운데 정부자금이 303만원(19.1%), 시중자금이 1285만원(80.9%)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2203만원 △음식점업 1298만원 △소매업 1117만원 △개인서비스업 981만원의 부채가 폐업 시 발생했다.

자영업자들은 폐업하면서 평균 460만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이중 순수하게 드는 비용은 138만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인테리어 철거비 16만원 △집기상계처리 47만원 △장비처분 수수료 44만원 등이었다.

◆폐업시 권리금 손해도 만만치 않아

나머지 300만원 가량은 권리금 때문이었다. 자영업자가 폐업한 점포를 인수할 때 권리금으로 평균 589만원을 지불, 본인이 폐업할 땐 평균 268만원을 회수했다. 즉, 평균 321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권리금에 따른 손해는 대도시가 평균 419만원으로 가장 컸다. 중소도시는 266만원, 농어촌은 110만원이었다.

지역별·업종별 종사자 1인당 인구수.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제공

호황기에 자영업자들은 월평균 2688만원의 매출과 698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장사가 안돼 폐업할 때 월평균 매출액은 1051만원, 영업이익은 112만원 수준이었다.

자영업자 전체 폐업률은 지난 1997년 11월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 21.9%까지 급등했다가 2001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평균 15.1%로 다소 낮아졌다.

◆중소기업硏 "유망 아이템 재창업자에게 재무적 지원해야"

자영업자 업체 수는 연평균 2.53%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폐업하는 업체 수도 △2010년 36만3000개 △2011년 38만3000개 △2012년 42만개로 증가세다.

중소기업연구원 측은 "중소기업청과 자영업자시장진흥공단은 자영업자시장진흥기금 중 519억5000만원을 투입, 자영업자들의 재도전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전체 기금규모 2조1000억원의 2.5%에 불과, 자영업자의 원활한 퇴로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빠른 시일내 퇴로 지원이 필요한 잠재적 정책대상이며, 폐업·재도전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유망업종 재창업 자영업자에게 보조·융자 등을 통해 재무적 전환비용을 지원, 절차적·관계적 전환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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