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01 20:53:26
기사수정 2016-02-01 23:41:32
금융위, 추진계획 발표
금융공공기관에 다른 공공기관보다 강도가 센 성과연봉제가 내년까지 전면 도입된다. 근무연수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나 ‘무늬만 연봉제’를 폐지하고 거의 모든 직원의 보수를 성과에 따라 차등화하는 임금 개혁이 추진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9개 금융공공기관 기관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타깃은 공공기관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부 주도로 공공기관에서 일어난 성과주의 바람이 민간 금융권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9개 금융공공기관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이다.
성과주의 확산은 금융사의 변화를 유도하는 2단계 금융개혁의 핵심이자 첫걸음이다. 금융위는 규제 완화 등 금융권 자율과 창의를 위한 여건 조성에 힘쓴 그간의 작업을 1단계 금융개혁으로 구분 짓는다.
2단계 개혁은 순탄할 것 같지 않다. 노사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한 ‘거친 개혁’일 수밖에 없다. 효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이윤 추구가 아니라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공기관에 성과주의를 적용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성과 중심 문화는 반드시 가야 하고 또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는 점을 확신해야 한다”며 “일하지 않아도, 전문성이 없어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새해 벽두에 이미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 비중 7.6%→68.1%로 확대
금융위안은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전면 도입하되 최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안보다 강화한 것이다. 기재부 가이드라인을 보면 성과연봉 비중을 직급에 따라 총연봉의 15%(차하위직급)~20%(간부·비간부)에 맞춰도 되지만, 이를 20~30%로 높이고 기본연봉 인상률 차등화(3%포인트)를 차하위 직급인 4급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기준을 강화한 배경에 대해 “혁신성과 전문성을 선도적으로 높이고, 민간금융 부문에서 참고할 모범사례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안을 보면 금융공공기관의 최하위 직급과 기능직을 뺀 모든 직원이 성과연봉제 대상이다. 이로써 9개 기관 간부직 1327명(전체의 7.6%)에 적용되던 성과연봉제가 1만1821명(전체의 68.1%)으로 확대된다. 기본연봉은 5개 등급(S, A~D등급)으로 성과를 평가해 기준인상률이 2%라고 치면 중간인 B등급은 2%가 그대로 오르고 S등급은 1.5%포인트를 더한 3.5%, D등급은 1.5%포인트를 뺀 0.5%만 오르는 구조다.
성과연봉 비중은 20~30% 이상을 적용키로 했다. 성과연봉 차등폭은 최고·최저 등급 간 2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총연봉 기준으로는 최고·최저 간 차등폭을 간부직은 올해 30% 이상을 적용하고 비간부직은 단계적으로 20% 이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작년에 연봉 1억원을 똑같이 받던 간부가 내년에는 3000만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평가·인사·교육·영업 방식 등 전 부문에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추진키로 했다.
◆노사 갈등 불가피… 갈 길 먼 성과주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은 공공금융기관 예산을 정부가 쥐고 있으니 노조의 목을 졸라 성과주의를 밀어붙이겠다는 오만한 발상에 근거한다”며 “근로조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끝까지 반대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거리도 적잖다. 우선 성과 측정의 문제다. 은행권 업무가 팀이나 부별로 협업하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팀과 개인 성과를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 간 경쟁이 촉진되면서 성과를 부풀리고자 불완전 판매가 성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공공부문 성과주의 도입이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금융위는 공정한 성과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