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테일러 부상 공백… 흥국생명 어쩌나

전력의 핵 결장 탓 4연패
5시즌 만의 ‘봄배구’ 난망
한국 프로 스포츠 유일의 여성 사령탑인 박미희(사진) 감독이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흥국생명은 리그 막판 외국인 선수 테일러의 부상에 속이 탈 정도다. 리그 초반부터 순항하며 2010~11시즌 챔프전 준우승 이후 다섯 시즌 만에 노리던 ‘봄배구’ 복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도로공사와의 인천 홈경기서 테일러의 부재 속에 0-3 완패를 당했다. 테일러가 결장한 최근 2경기 패배를 비롯해 5라운드 4경기서 전패한 흥국생명은 승점 36(13승11패)에 그대로 머물며 4, 5위 도로공사(승점 30, 10승13패), GS칼텍스(승점 30, 9승14패)에 추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

흥국생명은 테일러-이재영 ‘쌍포’의 화력에 김수지-김혜진의 빠른 센터진, 세터 조송화의 성장 등이 시너지를 이루며 박 감독 2년차에 봄배구를 경험하는 듯했다. 4라운드 4승1패의 호성적을 거둘 때만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3위는 안정적으로 지킬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테일러의 부상 이탈로 중위권 판도가 대혼전으로 접어들 모양새다. 테일러는 현재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는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다. 전치 2~3주 진단을 받았지만, 정확한 복귀 시점은 미지수인 데다 복귀하더라도 제 컨디션을 찾으려면 시간은 더 걸린다. 정규리그가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상황이라 잔여 경기 동안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 감독도 도로공사전 패배 이후 “테일러의 교체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큰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의 트라이아웃 제도 밑에서는 외국인 선수 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박 감독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한다. 테일러를 대체할 선수는 반드시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21명 중 한 선수로 교체해야 하는데, 현재 영입이 가능한 2~3명은 기량이 턱없이 떨어지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시한이 5라운드 종료까지라 고민할 시간도 없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해답은 테일러의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토종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는 것뿐이다. 박 감독도 “국내 선수들을 여러 방법으로 다독이고 있다. 국내 선수들을 완전히 가동해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테일러의 부상 변수로 촉발된 여자부 중위권 판도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