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조직권 보장돼야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 가능해져”

[세계초대석] 유정복 인천시장·시도지사협의회 회장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를 정의하는 이 표현 속에는 작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깊고 튼튼히 자리 잡을수록 민주주의라는 화초도 더 크고 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풀뿌리를 가꾸기 위해 모인 단체가 전국 17개 시도지사의 협력체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다. 이 단체의 9대 회장으로 지방자치제도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국내 세 번째로 인구 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거대 광역시 수장이기도 한 유 시장에게서 인천시와 우리 지방자치제도에 얽힌 현안과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인천시정과 지방자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남제현 기자
-2014년 민선 6기 시장으로 당선된 후 여러 사업들을 활발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유정복표’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정책은 어떤 것인지.


“민선 6기 들어 인천에는 많은 성과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 외에도 인천발 KTX,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 수많은 대형사업들을 정상화시켜 나가고 있고, 이를 위해 정부지원금도 역대 최대 금액인 2조8501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현안 사업들을 원활히 추진하는 것 못지않게 인천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극대화해 시민이 행복한 미래의 발전을 이룩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는 지난해 10월15일 인천시민의 날에 인천의 진산인 문학산 정상을 50년 만에 개방하여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린 일이다. 문학산은 비류 백제의 도읍지로 인천에서의 상징성이 대단히 큰 곳이다.”

-인천시는 부채가 많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인천시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밝혀 달라.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부채 문제는 인천이 당면한 최대 이슈였다. 4년 전 선거 때도 부채가 최대 이슈여서 심지어는 부채를 들고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했었다고 들었다. 현재도 가장 중요한 현안이고, 이 문제를 극복해야만 인천이 당당하게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잘못된 세출구조 정리, 재정운영시스템 개편, 공공기관 혁신 등을 통해 10년 동안 늘던 부채가 작년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장 부채가 많던 시기에 13조2000억원에 달했던 부채가 올해는 10조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도 관광은 도시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인천은 서울 근교에 있다 보니 이 부분에서 불리한 점이 있는데, 인천 관광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등에 대한 복안은.


“관광은 인천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성장산업이다. 한국을 찾는 600만명의 중국인 중 인천을 여행하는 사람은 40만명에 불과하다.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 인천을 통해서 한국에 오지만 정작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이제는 인천이 체류지가 아니라 목적지가 되도록 추진하겠다. 그들이 바라는 볼거리, 놀거리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서울이나 제주도만큼 인천도 관광자원이 많다. 바다도 관광자원, 섬도 관광자원이다. 인천에는 한국 속 중국을 느낄 수 있는 차이나타운도 있다. 앞으로 복합리조트 등을 비롯한 마이스산업도 발전할 것이다. 이를 위한 맞춤형 개발과 콘텐츠 개발을 시도 중이다.”

-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해경본부 이전비용을 예비비로 쓰기로 결정함에 따라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이 기정사실화됐다.

“인천의 정서와 시민들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해경의 이전은 국민안전처의 인사문제이지만 해경의 특수성 등에 따른 여러 이견도 있는 만큼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중이다.”

- 제9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당선으로 국내 지자체장들의 리더가 됐는데.


“오랫동안 단체장, 국회,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경험하면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적은 없었다. 다만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취임으로 책임감과 고민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에 취임하면서 ‘지방’을 강조한 기관명칭 등 문제에 대해서 강조한 적이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중앙·지방 이분법이 일반화돼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지방자치 기틀 다지기는 지방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앙·지방’으로 이분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특별지방행정기관 명칭에서 ‘지방’을 강조해 지방을 중앙에 비해 하위개념인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인천경찰청으로 써도 문제가 없는데 굳이 인천지방경찰청으로 명명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있고 하위기관으로서 지방정부가 있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중들에게도 시·도 등 지방정부가 마치 중앙정부의 하위기관으로 인식되게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수평적 관계로 서로 역할이 다를 뿐 상·하위 관계가 아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대규모 사업을 지원하고, 반대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세세하게 살필 수 없는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각각 독립된 역할이 있을 뿐이다.”

-지방자치제 도입 후 자치단체들에서 중앙정부에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자치·교육자치 일원화, 자치조직·입법권 확대 등 여러 제도적 개혁을 건의했던 바 있다. 이들 중 언젠가는 꼭 실현돼야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방자치 20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중앙정부 조직을 축소하거나 이양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즉각적 실현이 어려운 과제가 대부분이다. 다만 이 중에 꼭 실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자치조직권 보장이다.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자주재정권 등 기본 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이 중 자치조직권은 지방정부 운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 권한이기에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 최근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지방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정책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태백의 O2리조트, 용인·의정부 전철 등 지방의 비효율적 정책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광역 지방정부에서도 국제스포츠대회 유치 및 행사추진을 위해 재정 측면의 효율성이 저해된 것도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다만 말씀드린 몇몇 사례 이외에 주목할 만한 지방정부 방만사례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물론 작은 사업 실패는 다수 있을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다소 너그러운 시각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실패하면 국민 전체의 삶이 흔들리지만, 지방정부의 실패는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 운영에 대해서 주민의 평가를 받는 체계다. 현재 지방정부의 사업은 소관 중앙부처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지방자치제에서는 다소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주민이 모두 원한다면, 그래서 주민이 행복하다면 실패한 것이 아니다. 지방정부 운영에 대해 주민이 평가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국회의원, 인천광역시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까지 쉼없이 지속해서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많은 분들이 건강관리 비결을 묻곤 하는데 일을 하는 것이 건강관리라고 말한다. 사실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관리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는 25층 아파트를 걸어 올라가곤 한다. 25층까지 걷는다고 하면 놀라는데 실제 7분밖에 안 걸린다.”

대담=박태해 사회2부장, 정리=서필웅 기자

◆ 유정복 인천시장 약력


●1957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행정고시 23회
●김포군수, 김포시장
●인천 서구청장
●17·18·19대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6대 인천시장
●9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