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03 20:24:07
기사수정 2016-02-03 20:24:07
수도권 올 입주 11만가구 턱없이 부족
강남 재건축발 이사 수요 또다른 뇌관
전세난 가중… 반전세로 옮겨 붙을 듯
3월 결혼을 앞둔 김모(29)씨는 고민 끝에 서울 마포구의 다소 낡은 전용 59㎡형 아파트를 3억원에 매입했다. 원래 2억원 중후반 대에서 전셋집을 구할 계획이었던 김씨는 회사가 가까운 마포구 여러 지역부터 구로구 지역까지 돌아다녀 봤지만 물건도 귀할뿐더러 있다 해도 예산보다 최소 1억원씩은 더 줘야 세를 얻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전세를 구해도 2년 뒤에 전세금 올려달라는 게 최소 수천만원 단위라고 들어서 돈이 좀 더 들어도 마음 졸이지 말고 살자는 심정이었다”고 허탈해했다.
설 명절 이후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 김씨처럼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전세 물건 품귀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는데, 올해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이주 수요도 급증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한 상황이라 전세뿐 아니라 보증금이 상당한 반전세 대란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전세가 상승률은 2001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3.3㎡당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894만원으로 2014년 말(773만원) 대비 약 15.65%가량 올랐다. 2000년 조사 이래 최고 전세가 상승률을 보였던 2001년(21.68%) 이후 1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894만원이었던 수도권 전세가격은 1월 말 기준 896만원으로 0.22%가량 뛰었다. 계절적 비수기인 영향으로 상승폭이 작지만, 2월 이후 급상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근거로는 예년과 비슷한 수도권 신규 입주물량이 거론된다. 올해 수도권 입주 예정물량은 전체 11만30가구로 2014년(10만1201가구), 2015년(10만3473가구)과 별 차이가 없다. 반면 전세수요는 여전히 높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전국 150개 자치단체 2204개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전세를 임차하려는 사람이 임대인보다 많다고 응답한 비율이 56.2%나 됐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찾는 분은 많은데 오른 가격에도 전세매물이 없다”면서 전세난 심화를 예상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이주 행렬도 전세난의 또 다른 ‘뇌관’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이주 가구는 2012년 4783가구에서 2015년 1만9622가구로 3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에 예정된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가 1만 가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개포주공 3단지 1160가구, 고덕주공 5·7단지 1780가구 등이다. 주변 지역에서 새 집을 찾으려는 수요자 때문에 이제 전세난을 넘어 반전세난이 걱정될 정도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반전세나 월세에 대한 생각들을 보편적으로 하게 됐다”며 “결국 전세 물량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전세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기천·이우중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