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미·중 이견 비집고… 김정은 '마이웨이'

북 발사 예고 배경·의도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초 강행한 4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보란 듯이 추가 미사일 도발 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대북 제재 논의 수위를 둘러싸고 미·중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을 교묘히 파고들었다는 지적이다.

핵과 미사일은 실과 바늘 같은 관계라는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상수일 뿐 시점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핵무기가 있어도 운반수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운반수단인 미사일 발사 계획을 접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는 이유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위성 발사’ 계획을 미리 알린 것도 자신들이 발사하겠다는 발사체는 미사일이 아닌 위성이며,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발사 권리임을 내세우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10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위성 발사는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는 기존의 북한 입장을 강변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위성 발사’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대내외적 정치적 수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체제의 본격 개막을 선포할 수 있는 ‘성과’를 내세울 필요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 이견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미사일을 발사하든 안 하든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굳이 미사일 발사를 자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전직 고위 관료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체제가 인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성과라는 것이 핵과 미사일 말고는 마땅치 않다”며 “지난해 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이어 연초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3종 세트’로 묶여 있고 같은 흐름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점은 지하에서 이뤄지는 핵실험과 달리 날씨가 발사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기상 요건이 최적인 날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상 여건과 정치적 의미를 충족시키는 날짜 중 고른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16일을 전후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을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쏘든 안 쏘든 국제사회의 매를 얻어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핵과 미사일은 한 세트이니 할 일을 해버리자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는 김 위원장 생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설 연휴 기간에 미사일을 발사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굳이 그 기간을 8일부터 25일까지로 길게 잡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