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 시장 확산…"이번 부양책 역부족"

정부의 '21조원+알파(α)'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시장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3%대 경제 성장률을 뒷받침하기에는 한참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통화정책이 동원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확산되고 있다.

◇ "재정 조기지출은 조삼모사…3%대 성장 어려울 것"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은 4일 정부의 이번 경기 부양책만으로는 수출 부진과 내수 절벽 위험을 상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에 21조원 이상의 재정을 조기에 투입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세제 및 금융 지원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의 경기 보강 방안을 전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경기를 부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1분기 재정 조기 집행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격이어서 경기 진작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지속성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으로 경기 하강 위험에 대처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으로 하반기 경기 둔화 위험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 효과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박형중 연구원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는 지난해만큼 뚜렷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승용차를 사려 했던 소비자 대부분은 지난해 구입을 완료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는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가 돼야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코리아그랜드세일과 해외 관광객 유치 등의 효과도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부양책만으로는 올해 성장률이 정부의 전망치인 3.1%에 근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대일 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8%를 하회할 위험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연구원은 "당국의 정극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3.1% 성장은커녕 2.5%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시중금리 연일 사상 최저 경신…"금리 인하 압박 거세질 것"

결국 시장은 또다른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동원에 대한 기대감은 벌써부터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 주요국 통화정책이 이미 완화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수출 감소, 내수 둔화 등 대내적인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 금리는 연일 사장 최저를 경신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496%로 마감해 한은의 기준금리(연 1.50%) 아래로 떨어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또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865%로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1.8%대에 진입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다는 듯이 "적극적인 채권 투자에 나서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박형중 연구원은 "경기 하강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 정책과 더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어 한은도 올해 두차례가량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시장 한쪽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때 나타날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문제의 심화, 한미간 금리 격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가능성 등을 걱정하는 시선이 없지는 않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금리를 내리지 말아야 할 '당위'도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안정한 대외환경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