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에 문어발식 지원…조기퇴사로 이어진다"

취업준비생 10명중 8명, "묻지마 지원 확산될 듯"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시즌마다 쏟아지는 수천~수만장의 입사지원서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이 몰리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A사의 입사지원서에 "B사에 꼭 합격하고 싶다"고 적는 경우나 회사와 지원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른바 '묻지마 지원'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은 주요 대학을 찾아가 이색적인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수십~수백여 곳의 기업에 무작정 입사 지원을 하기 보다는 목표로 하는 기업과 직종을 중심으로 맞춤형 구직전략을 가지고 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취업 트렌드로 직무중심의 채용이 부각되고 있지만, 올해에도 묻지마 식의 지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746명을 대상으로 묻지마 지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은 올해 입사지원 시 묻지마 지원을 할 의향이 있었다고 4일 밝혔다. 묻지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35.7%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묻지마 지원이 확산될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83.9%의 취업준비생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6.1%였다.

묻지마 지원이 확산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로는(복수응답), ‘앞으로의 취업시장 상황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60.1%)’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당장 취업이 급하다 보니…

이밖에도 △막막한 취업준비생들의 심리가 잘 반영된 지원 방식이라서(49.7%) △직무보다는 당장 취업이 중요한 장기 취업준비생들이 많아서(34.5%) △원하는 직무를 모르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아서(17.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묻지마 지원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조사 결과 ‘묻지마 지원, 문어발식 지원 시 최종 합격 확률이 낮기 때문에(42.5%)’, ‘NCS, 직무 적합성 등 앞으로 취업시장에서 직무 관련 전문성이 중시되기 때문에(34.2%)’ 등 취업시장 트렌드와 관련된 답변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실제로 묻지마 지원을 하고 있을까.

설문에 참여한 취업준비생 중 지난해 입사지원 경험이 있다고 답한 541명에게 묻지마 지원 현황을 물었다. 그러자 44.7%가 취업하고 싶지 않은 직무에도 묻지마 지원을 했다고 답했다.

◆아무데나 입사해 경력 쌓고 이직?

이들이 묻지마 지원을 한 이유 1위에는 ‘더 이상 취업을 미룰 수 없어서(46.7%)’라는 답변이 선정됐다. 다음으로 △우선 입사해 경력을 쌓고 이직하기 위해(33.1%) △입사를 희망하는 직무를 찾지 못해서(29.3%) △입사를 희망한 직무는 TO가 너무 적기 때문에(27.3%) 등도 묻지마 지원을 한 주요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 묻지마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지원한 직무는 ‘영업(28.9%)’직군 이었으며 △서비스·CS(28.1%) △마케팅(24.0%) △재무·회계·법무(24.0%) △기획(20.7%)’직 등이 뒤를 이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청년 구직난이 심화되고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한 심리에 문어발식 지원을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묻지마 지원을 할 경우 입사 후 적응이 어려워 조기 퇴사로 이어질 수 있다. 직무분야를 명확히 하고 신중하게 입사지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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