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는 당신 ‘세뱃돈 스트레스’ 이기셨나요?

 

설을 앞두고 만원짜리 신권 여러 장을 바꿨던 A씨는 귀경길에 오르면서 씁쓸해졌다. 어차피 줄 세뱃돈 새 지폐로 주는 게 조카가 받기에도 좋고, 자신도 좋게 보일 줄 알았는데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조카들에게 얼마나 돈을 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피어오른다.

일정 탓에 설을 앞두고 미리 집에 다녀온 B씨는 조카들이 마음에 걸린다. 세뱃돈을 지출하지 않게 돼서다. 조카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지만, 예상보다 적은 돈이 나갔다는 생각에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작년보다 ‘떡값’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C씨는 조카에게 줄 돈을 나이별로 정했다. 10살 미만 조카에게는 5000원, 중·고등학생 조카에게는 1~3만원 이런 식이다. 대학생 조카까지 둔 C씨는 눈 딱 감고 10만원을 줬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 가만히 보니 남은 게 없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은 세뱃돈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떤 이유일까?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직장인 15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1명이 '가장 부담스러운 설날 경비'로 세뱃돈을 꼽았다. 조카들에게 주는 '용돈' 때문에 한숨까지 쉬는 처지다.

조선시대 '문안비'에서 유래한 세뱃돈은 1960년대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돈문화’로 변질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세배하면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주게 됐는데, 점차 화폐단위가 커지면서 액수도 증가해 어른들에게 적잖은 부담 거리가 됐다.

아이 앞에서 세뱃돈 액수로 체면을 챙기고 싶은 마음도 스트레스를 낳은 원인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의 한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D씨는 “1년에 한두 번 보는 조카에게 두둑이 용돈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돈을 적게 주면 조카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렸을 때 나도 어른들을 그렇게 봤던 것 같다”며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느낌”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학습업체 와이즈캠프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초등학생 21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세뱃돈으로 총 20만원 이상을 기대했다. 5만원 이하를 답한 응답자는 5명 중 1명뿐이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보기만 해도 씁쓸하다.

한 네티즌은 “어렸을 때는 세뱃돈으로 1000~2000원 정도 받았다”며 “과자 종합선물세트 받는 게 세뱃돈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 네티즌에게는 “어차피 뺏길 세뱃돈이라면, 차라리 과자세트 여는 게 더 좋았을 수도 있겠네요”라는 답글이 달렸다.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가가 오르니 세뱃돈도 더 나간다”는 반응도 있었다. “만원 한 장 주기도 미안한 게 사실”이라는 네티즌의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용돈 많이 안 준다고 뒤에서 욕이나 안했으면 좋겠다”는 어떤 네티즌의 글은 보는 이가 쓴웃음을 짓게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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