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10 19:29:29
기사수정 2016-02-11 00:00:56
소녀들 열정 기반 ‘잔인한 쇼’ 비판도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노래 ‘픽미(Pick me)’ 가사 중)
지난 1월22일 처음 방송된 Mnet의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101’에 참가한 소녀 연습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연습생 가운데 11명만을 최종 선발해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직접 데뷔 멤버를 고르고, 콘셉트부터 데뷔곡, 그룹명까지 직접 정하는 ‘국민 걸그룹 육성 프로그램’이다. 10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프로듀스101’은 유료 플랫폼 기준으로 1.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이들이 첫 번째 과제였던 ‘픽미(Pick me)’ 무대를 마친 후 이 프로그램은 소녀들의 ‘열정’을 기반으로 한 잔인한 ‘쇼’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가장 큰 요인은 이들을 실력별로 A∼F까지 6개로 등급화했다는 데 있다. 알파벳별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심지어 무대의 위치와 높이, 맡게 되는 파트까지 다르게 배분된다. 일부 네티즌은 “소녀들을 무슨 한우 등급 나누듯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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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연습생들 중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소녀 11명을 뽑는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Mnet 제공 |
이 과정에서 D그룹에 있던 최유정이 A그룹으로 상향 조정되고, A평가를 받았던 JYP 연습생 전소미는 B그룹으로 강등되는 등 겉보기에는 자못 ‘공정경쟁’을 표방했지만 방송 내내 카메라는 단연 A그룹에 집중된다. 여기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연습생들은 이들을 위한 ‘병풍’으로 전락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연습생들은 몸이 아픈데도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병원에 못 가겠다고 버티고, 평가곡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일 만큼 치열하다. 벌써 경쟁을 견디지 못한 4명의 연습생은 중도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또한 11회로 편성된 프로그램상 일부 멤버들에게 분량이 쏠리는 경향도 심화하고 있다. 98명의 연습생 모두를 고르게 편집할 수 없는 이유로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 ‘식스틴’을 통해 먼저 얼굴을 알린 전소미, 그룹 ‘남녀공학’ 멤버로 먼저 데뷔한 적이 있는 허찬미 등 대중에게 익숙한 특정 멤버에게 대부분의 비중이 할애되고 있는 것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평가가 진행될수록 초조해지는 연습생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담으려 한 프로그램”이라며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에게 노력과 열정이 부족했다고 탓하는 ‘열정 마케팅’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