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 베껴 코스 만든 골프장, 5억원 물어주게 돼

골프장 설계를 의뢰한 뒤 설계도가 나오자 계약을 취소하고 설계도와 비슷하게 코스를 만든 골프장에 대해 "5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이태수 부장판사)는 골프장 설계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경기도 B골프장을 상대로 낸 2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골프장이 5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 회사의 설계도는 B골프장 토지의 형상, 크기, 주변 경관과 시설물을 감안해 새로운 9개 홀을 특정 장소에 배치·연결하고 코스를 구성한 것"이라며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므로 저작권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 회사 설계도와 실제 골프장 증설에 쓰인 설계도를 볼 때 동쪽 1번∼5번 홀이 미들홀(파4)-미들홀-롱홀(파5)-미들홀-숏홀(파3)로 순서가 같고 양 설계도의 1번 홀엔 도그랙(구부러진 홀)이, 4번 홀엔 워터해저드(물 웅덩이)가 똑같이 있는 등 저작권 침해도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알렸다.

남쪽 9홀, 북쪽 9홀 등 총 18홀 규모이던 B골프장은 9홀을 증설하기로 하고 A씨 회사에 설계를 의뢰했다.

A씨 회사는 북쪽 홀을 좌우로 분할해 왼쪽은 새로운 서쪽 홀과, 오른쪽은 새로운 동쪽 홀과 연결되는 설계도를 제출했다.

그러자 B골프장 측은 "다른 회사 설계도로 코스를 증설하겠다"며 태도를 바꿔 2014년 준공인가를 받아 공사를 마쳤다.

이후 증설된 코스가 자신들의 설계도와 흡사하자 A씨는 "우리 설계도를 무단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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