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12 06:00:00
기사수정 2016-02-12 14:31:11
울진 신선·덕구계곡 ‘힐링 트레킹’
겨울철 쌀쌀한 날씨로 몸이 덜덜 떨릴 때면 뜨끈한 온천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구나 산에 올라 경치를 즐긴 뒤 땀이 배어나온 상태에서 몸을 온천 물에 푹 담글 때의 그 기분은 겨울에만 만끽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다. 경북 울진에서는 각각 자신만의 매력을 품고 있는 계곡과 온천이 두 군데가 있다 보니, 이 같은 즐거움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다. 신선계곡과 백암온천, 덕구계곡과 덕구온천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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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백암산에 조성된 생태탐방로를 따라 산행을 하며 신선들이 놀았다는 신선계곡의 경치에 푹 빠져보자. 울진=이귀전 기자 |
울진 남쪽에 있는 백암산 자락 북동쪽 사면에 자리 잡은 신선계곡은 초입에 그려진 계곡 풍경의 벽화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일제 때 아연 채굴 광산이 있던 자리다. 지금은 훼손된 부분을 정비해 200여m 길이의 벽화를 그려놨다. 최근 고라니 한 마리가 벽에 부딪혀 죽은 일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현대판 ‘솔거 벽화’라는 애칭을 지었다고 한다.
벽화를 뒤로하고 나무데크를 따라 본격적인 계곡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곳이니 경치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경치가 좋은 만큼 일반인들이 다니기에는 길이 험하다 보니 2012년 말 나무데크로 생태탐방로를 조성했다. 탐방로는 원래 1960년대 신선계곡 상류에 살던 30여가구의 화전민들이 나무장작과 나물 등을 산아래 마을에서 음식, 석유 등으로 바꾸기 위해 다닌 산길이었다. 이에 중간중간 가파른 구간도 있어 산행 시 감안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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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계곡에 있는 출렁다리 위를 등산객이 건나가고 있다. 울진=이귀전 기자 |
산행을 시작해 40분 정도 걷다 보면 출렁다리가 나오는데, 그 아래가 용소계곡이다. 용소계곡은 두 개의 폭포로 이뤄져 있는데, 가뭄이 심할 때 동물의 머리를 잘라 피를 소 주변에 뿌리면 비가 내렸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산을 오르다 보면 지형을 설명하는 표지판들이 군데군데 있다. ‘참새 눈물나기’란 곳은 계곡의 지세가 가파르고 험하다 보니 참새도 눈물을 흘리면 지나갔다는 데서 따왔다. 암석이 수십 층계로 이뤄져 다람쥐도 숨을 돌려야 오를 수 있다고 해서 ‘다람쥐 한숨재기’라는 곳도 있다. 용소계곡에서 30분가량 더 오르면 함박소에 이른다. 계곡물이 함지박만 한 그릇을 모양을 만들어내서 이름 붙여진 이곳에도 출렁다리가 놓여 있는데, 소 근처까지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1시간가량 더 오르면 여러 계곡물이 합쳐져 장관을 이룬다는 합수곡에 이르지만, 계곡 초입에서 함박소까지 한 시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쯤에서 백암온천으로 발길을 돌려도 땀을 내기엔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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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응봉산 덕구계곡에 오르며 마주치는 세계 유명 교량을 본뜬 다리들은 산행의 재미를 더해 준다. 사진의 교량은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크네이교를 본뜬 다리. 울진=이귀전 기자 |
울진 북쪽 응봉산 자락에 있는 덕구계곡은 신선계곡과 비교하면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계곡 입구에서 온천수가 뿜어나오는 원탕(源湯)에 이르는 4㎞ 구간은 신선계곡에 비해 오르기 수월하고, 세계의 유명 다리를 축소해 만든 교량들이 놓여져 있어 흥미진진하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덕구계곡이 힘이 덜 들 듯싶다.
덕구온천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출발지점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본뜬 다리가 있다. 이를 시작으로 원탕 근처의 열두 번째 다리인 중국 구이저우성 계곡에 있는 장제이교를 본뜬 교량을 거쳐야 원탕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 다리로는 한강의 서강대교, 경복궁의 취향교,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 등이 있다. 원탕 위로 더 올라가면 열세 번째 다리인 영국의 포스교를 축소한 다리가 놓여 있다.
원탕까지 오르는 길에는 온천까지 물을 끌어오기 위해 이어진 굵은 관이 이어져 있다. 계곡 풍경과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오르다 보면 관을 따라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산책로와 나란히 놓여져 있어 길 안내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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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계곡을 산행길 옆으로 원탕에서 온천까지 물을 끌어오기 위해 굵은 관이 설치돼 있다. 울진=이귀전 기자 |
산행을 하다 보면 울진의 유명한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중간 부분이 파인 나무들이 많다. 일제 때 항공유 조달을 위해 송진을 채취한 자국이 세월이 흘러 그대로 각인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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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위에 조성된 덕구온천 원탕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수에서 김이 피어나고 있다. 울진=이귀전 기자 |
겨울에 오르다 보니 계곡이 얼어 있는데, 계곡이 녹아 흐르는 모습이 보이면 원탕 근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면 된다. 1시간가량 오르면 원탕에 이르는데, 섭씨 40도가 넘는 온천수가 나오다 보니 원탕 근처의 계곡은 얼지 않아 있다.
덕구온천의 원탕이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올리지 않고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곳이어서 분수처럼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길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돌탑 위에 분출구를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다. 실제 온천수가 나오는 곳은 접근을 못하게 막아놨다. 그렇다고 온천수 원탕을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원탕 근처에 온천수로 즐길 수 있는 족욕탕을 만들어 놔 산행의 피로를 덜 수 있다.
글·사진 울진=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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