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는 홍콩H지수… ELS 손실위험 원금 '눈덩이'

장중 한때 7582.24까지 하락… 장 막판 간신히 7600선 회복/ 7500대까지 떨어질 경우 손실 위험 원금 4조원 달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증권가에 주가연계증권(ELS) 공포가 다시 엄습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폭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대거 원금 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ELS를 포함한 막대한 규모의 파생결합증권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물론 증권사의 유동성문제로 번지며 전체금융시스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H지수 7500대로 떨어지면 4조원 손실


H지수는 11일 장중 한때 7582.24까지 내려갔다가 7600선을 회복한 채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4.93% 하락한 수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H지수 ELS의 발행 잔액은 이달 초 기준으로 37조원가량이다.

금융위원회는 “H지수가 7500대까지 하락하면 녹인 구간에 진입하는 원금은 약 4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H지수가 7800선이었던 지난달 21일에는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ELS 규모를 3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의 ELS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내용을 보면, H지수가 7000까지 밀려나면 H지수 ELS 가운데 34.8%인 7조원어치가 녹인 구간에 진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6500까지 하락하면 손실 구간이 약 11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이날 금융당국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ELS와 DLS(협의의 파생결합증권)를 합친 총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0조1057억원을 기록했다. ELS 발행 잔액은 68조3314억원, 석유나 금 등 상품가격과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 발행잔액은 31조7743억원으로 집계됐다.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ELS는 일정 구간 안에 머물기만 하면 원금과 함께 연 6∼10%의 약속된 수익률까지 돌려받는다.

반면 기초자산이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녹인이라는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가는 식이다. 녹인 구간에 들어가자마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만기 때 수치를 기반으로 원금 손실 여부가 결정된다.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홍보했지만, 상황에 따라 원금이 반 토막 날 수도 있다.

특히 H지수처럼 변동성이 클 경우 손실 위험은 커지지만 그만큼 기대 수익률도 높아진다. 판매에 열을 올린 증권사가 매주 수십종의 상품을 내놨고, 투자자는 기대 수익률만 보고 앞다퉈 뛰어들면서 H지수 쏠림 현상까지 심화됐다. 지난해 전체 ELS 발행액 중 61%가 H지수 기반 상품이었다.

◆속타는 투자자, 대안 없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ELS의 특성상 원금 손실 가능 구간에 들어갔다고 손실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며 투자자 달래기에 애쓰고 있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일단 버텨보라”는 조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ELS 상품의 거의 대부분이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지금 ELS 상품을 깨는 것은 높은 중도상환 수수료 때문에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오히려 H지수가 조금만 회복하면 그대로 원금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펀드 상품보다 상황은 훨씬 더 낫다”고 조언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설명은 반대로 지금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서 “H지수가 지금 당장 회복될 만큼의 호재는 없기 때문에 당분간 바닥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증권사와 은행들은 “기초자산의 가격이 낮을 때가 투자의 적기”라며 H지수 관련 신상품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H지수가 연초부터 급락한 만큼 더 내려갈 가능성은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