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11 23:15:25
기사수정 2016-02-12 08:17:56
군사통제구역 선포
자산 전면동결 조치
대화채널 모두 닫아
남측 280명 전원 귀환
2004년 가동 이래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에 우리 측 인원이 한명도 없는 초유의 상황이 됐다.
북한은 11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에 대응해 개성공단(북한 명칭 개성공업지구)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 남측 인원 추방, 자산 전면동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0시쯤 공단에 마지막까지 체류하고 있던 입주 기업 관계자, 의료진, 지원 인력 등 우리 측 인원 280명 전원이 김남식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장 인솔하에 차량 247대에 나눠타고 공단에서 철수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북출입사무소(CIQ)로 귀환했다. 공단 내 우리 측 인원은 북한의 자산 동결 조치에 따라 생산 제품·자재 봉인 등을 위해 철수가 지연됐으며 개인 비품만 갖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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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야간 철수 행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방침에 맞서 북한이 공단 폐쇄·자산 동결을 선언한 11일 오후 공단에 물품을 실으러 들어갔던 차량이 전조등을 켜고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오고 있다. 공단 내 우리 측 인원은 자재 봉인 등을 하느라 철수가 지연돼 북한이 남측 인원 추방을 선언한지 5시간이 지난 오후 10시쯤에야 전원 철수했다. 파주=연합뉴스 |
북한은 앞서 이날 오후 5시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11일 10시(평양시간·서울시간 오전 10시30분)부터 개성공업지구와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 봉쇄하고 북남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하며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모든 남측 인원들을 11일 17시(〃 오후 5시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10일 오후 5시 북한의 핵 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응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발표한 지 24시간 만에 맞대응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조평통은 성명에서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 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들을 전면 동결한다”며 “추방되는 인원들은 사품(개인 용품) 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절 가지고 나갈 수 없으며 동결된 설비, 물자, 제품들은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측 인원 추방과 동시에 남북 사이의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를 폐쇄한다”며 “우리 근로자들은 11일 개성공업지구에서 전부 철수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는 이날 전원 출근하지 않았다. 12년 만에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위기에 직면했다.
조평통은 특히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도발적 조치’로 규정하면서 “역사적인 (2000년) 6·15 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며 “괴뢰들이 그따위 푼돈이 우리의 위력한 핵무기 개발과 위성 발사에 들어간 것처럼 떠드는 것은 초보적인 셈세기도 할 줄 모르는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대결악녀, 머저리, 얼간망둥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북한의 자산 동결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남측의 개성공단 투자금액은 1조6878억에 달한다. 북한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2010년 초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이 결렬됐을 당시에도 투자액 기준 4841억원에 달하는 금강산지구 내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했다.
김청중·나기천·염유섭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