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朴대통령, '밥상론' 시도한 적 있나…자기부정"

"개성공단 중단, 감정적인 정책 결정…법적 근거 없어"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12일 개성공단 운영 중단 사태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지난 3년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밥상론'을 한 번이라도 시도해본 적이 있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은 자기 생각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밥상론'은 지난 2005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제시한 북핵 문제 해법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양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수프, 메인 요리, 후식 등 단계적으로 나오지만 한국은 밥상에 밥, 국, 반찬, 찌개 등을 다 올려놓고 먹는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식으로 한 상에 모든 의제를 올려놓고 일괄 타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은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오면서 '아무리 적대적인 상대방이라도 만나서 대화하면 풀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어떠한 소통이나 절차도 없이 이런 식의 대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본인이 자서전에 써놓은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북한 핵문제는 북이 왜 핵 개발에 매달리는지에 대한 의도들을 다 책상 위에 꺼내놓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도 밥상 위에 올려놓고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며 "포괄적 해법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또 미국의 페리 프로세스 과정에서 구현되었던 그런 정책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 중단이) 도대체 무슨 국익이 있는가. '대한민국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가' 라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이 같은 결정이 과연 한반도와 대한민국에 어떤 평화를 증진 시키겠는가. '반평화정책, 대결정책, 긴장격화정책 아닌가' 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의 실상과 본질을 보지 못했다"며 "그냥 피상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북한의 돈줄을 막는 것이 국익이라는 터무니 없는 오해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군사적, 경제적 안전판과 돈 안드는 통일로 가는 안전판 등 4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실상에 대한 무지 또는 오해가 이런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정책 결정의 배경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희망의 문이 닫힌 것이자, 크게는 매일 이루어지는 작은 통일의 엔진이 멈춘 것"이라고 개탄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은 폐쇄돼 있는 고립 경제가 아니다"며 "남북경협 중단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무역액은 제로(0)로 떨어졌지만, 북중 무역이 크게 늘어나 80억 달러 규모의 물자와 돈이 오고간다"며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정부가 법적 조치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상에 있는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행사한 것도 남북교류헙력법상 통일부장관이 행사하는 협력사업정지명령도 아니다"며 "이것은 법치, 법적인 조치가 아니다. 외교, 안보, 남북관계에서 법적 절차가 작동하지 않고 개성공단이 중단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마 총선용으로 이렇게 했다면 아마 역사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의 수장과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책임지는 지도자로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의) 케네디 대통령과 같은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