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은행권으로 불똥 튀다

기존 여신 부실화에 신규 지원까지 부담 커져
“밑 빠진 독 물 붓기…결국 국민에게 손실 전가”

개성공단 사태가 국내 은행권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대한기존 여신이 부실화할 위험에 처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압박으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은 신규 지원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손실은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12일 통일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경협보험금 지급(기업당 70억원 내) ▲금융권 대출 상환유예 및 신규 지원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연장 ▲세제 및 공과금 지원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등 고용 지원 등이다. 그밖에 ‘현장기업지원반’을 구성해 해당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기보, 신보 등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민간 시중은행들까지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업체당 최고 5억원까지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기한이 도래한 대출금도 원금상환 없이 기한 연장을 해주고, 기존 대출 및 신규 대출에 최대 2%포인트의 금리우대 혜택을 준다.

수협은행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센터’를 만들고, 기존 대출 259억원에 대해 올해말까지 대출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출금리도 최대 0.5%포인트 인하하며, 수출자금 한도 산정 시 수출실적 인정비율을 과거의 80~9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등도 신규 대출 지원, 기존 대출 만기 연장, 금리 및 수수료 우대 등의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유일하게 개성공단 지점을 운영하던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서울에 임시영업점을 개소, 기업들의 금융애로를 덜어주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해지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존 대출이 일거에 부실화될 위험에 처했다”며 “여기에 정부의 압박을 못 이겨 신규 지원을 시행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모두 부실화돼 은행 경영에 부담만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세금으로 하는 것이고, 은행의 지원도 재원은 ‘고객 돈’”이라며 “결국 모든 손실은 돌고 돌아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강조했다. 부실화 위험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논하기 힘들다”고 답변을 피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미래를 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조치”라면서 “중소기업의 활로를 가로막는, 아군 쪽에 던진 수류탄”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도발을 막아낼 근본해법이 되기 힘들다”며 “우리 기업의 경제적 피해만 막대하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에 합당한 후속 대책과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적인 조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소송을 암시했다.

남북 간의 극한대립에 기름을 부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입주기업과 은행을 거쳐 일반 국민에게 막대한 손해로 돌아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