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마음을 훔치는 사랑의 묘약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중 ‘사랑의 묘약’이라고 보신 적이 있는지요. 2막에 나오는 ‘남 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오페라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농부 네모리노가 농장주의 딸 아디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이시여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어요”라고 부르는 로맨틱한 노래입니다. 네모리노는 싸늘한 아디나의 마음을 얻으려고 돌팔이 약장수의 말에 속아 그만 ‘사랑의 묘약’을 구입합니다. 돈이 모자라 군에 입대하며 받은 상여금까지 전 재산을 털어 구입한 이 묘약은 사실 와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디나는 이런 사실을 알게 돼 결국 둘은 사랑을 이루게 됩니다. 연인들의 사랑 고백 자리에 와인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랍니다.

연인들이 설레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왔네요. 사랑 고백 자리에 잘 어울리는 와인 중 하나가 바로 ‘샤토 칼롱 세귀르’(Chateau Calon Segur)입니다. 세귀르 후작은 당대 보르도 최고의 와이너리인 그랑크뤼 1등급 샤토 라피트와 샤토 라투르를 보유해 ‘와인의 왕자’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내 마음은 칼롱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3등급 칼롱 세귀르에 강한 애착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에 후손들이 세귀르 후작의 마음을 담아 레이블에 하트 모양을 넣었다고 하네요. 유래는 이렇지만 하트 때문에 밸런타인데이용 와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답니다. 

프랑스 보르도 오메독의 생테스테프(Saint-Estephe)에서 생산되는 그랑크뤼 3등급 와인입니다.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53%, 메를로 38%, 카베르네 프랑 7%, 쁘띠베르도 2%가 블렌딩된 와인입니다. 오픈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는 초콜릿의 아로마에 갈수록 깊어지는 내 사랑의 진심이 잘 전달됩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배우 조니 뎁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2권에서 주인공 시즈쿠가 “초콜릿과 민트가 섞인 과육이 도톰한 검은 과실”로 묘사해 성가를 얻기도 했습니다.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와인과 함께 사랑을 고백하면 어떨까요. 네모리노처럼 한 잔의 와인은 사랑의 묘약이 돼 싸늘하기만 한 상대방의 마음을 단박에 훔칠지도 모를 테니까요.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