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슈퍼리그, 기는 대표팀… 중국 축구굴기 ‘엇박자’

시진핑 주석 “재임중 월드컵 본선·우승” 야심에도 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소문난 축구광이다. 그는 재임 기간 중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과 유치 그리고 우승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축구 굴기(?起)’(축구로 일으켜 세움)를 주장하자 축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어급 선수 영입으로 화답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슈퍼리그가 겨울 이적시장 기간 2억5890만유로(약 3535억원)의 이적료를 쏟아부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 규모(EPL·1억7500만파운드·약 3061억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팀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에서 뛰던 콜롬비아 간판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스를 이적료 4200만유로(약 572억원)에 영입했다. 

지난 7일 ACL 플레이오프에서 하노이 T&T를 꺾고 본선 조별리그에 합류한 포항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오는 24일 H조 1차전을 치른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와 E조에서 만나는 장쑤 쑤닝(중국)도 통큰 투자를 감행했다. 쑤닝은 우크라이나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뛰던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브라질)를 약 5000만유로(683억원)에 데려왔다. 테세이라는 3200만유로(437억원)을 제시한 EPL 리버풀을 뿌리치고 중국행을 택해 파장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EPL 첼시에서 활약하던 미드필더 하미레스(브라질)도 약 2500만파운드(437억원)를 들여 영입했다. 이어 영국 언론 미러는 12일 “장쑤 쑤닝이 첼시와 결별 예정인 라다멜 팔카오(콜롬비아)를 노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5라운드 H조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에 광저우 원정 응원단이 대거 몰려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감독이 지휘하는 상하이 상강은 에버그란데에서 뛰던 엘케손(브라질)을 2000만유로(273억원)에 데려왔다. 에릭손 감독은 12일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타깃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면서 “당장은 맨유를 떠나지 않겠지만 언젠가 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상강은 수원 삼성과 함께 ACL G조에서 일전을 벌인다.

중국 슈퍼리그 구단들이 세계 축구의 판도를 뒤바꿀 만큼 폭풍 영입에 나선 것에 대해 미국 ESPN은 “세계 축구 권력이 중국 슈퍼리그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하지만,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의 축구 굴기는 본래 프로리그보다는 대표팀의 우수한 성적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의도와 달리 중국 축구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달 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해 열린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중국은 조별리그 A조에서 카타르, 이란, 시리아에 내리 패하며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성인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중국은 3승 2무 1패(승점 11점)를 기록 중이다. 카타르(승점 18점), 홍콩(승점 14점)에 이어 조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종예선에는 각 조 1위 그리고 조 2위 중 성적 상위 4팀만 진출한다. 지금 성적이라면 월드컵 본선 무대는커녕 2차 예선조차 뚫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 주석의 축구 굴기로 프로 구단들의 특급 외국인 선수 영입은 활성화됐지만 자국 선수들이 뛸 자리가 없어 대표팀 성적은 바닥이라고 평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