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오는 16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유럽은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고 국내에서는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한국의 통화정책도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전문가들은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소수의견’이 나오면 금리인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은 매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이탈이 심화되고 있어 금리인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혼란스런 시장 때문에 늦춰지는 美 금리인상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0.5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유지했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하지만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유럽중앙은행(ECB)까지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해 미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더구나 지난 11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이 마이너스금리 도입 가능성과 관련하여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옐런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2010년에 그 방법(마이너스금리)를 고려했지만, 완화정책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으나 "유럽과 다른 나라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대비 차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올해 12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능성을 94.8% 반영하면서, 전날보다 13.5%포인트 상승했다. 결국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는 것이다.
◆ 2월 금통위 '소수 의견'에 주목…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지난 1월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5% 급락하고 제조업 생산이 0.6% 감소하는 등 국내 경제지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곧바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 때문에 12일 국채 1,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인 1.5%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이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상태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1년물과 3년물 금리는 각각 1.464%, 1.475%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2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소수의견'을 통해 인하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99%가 2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수출 부진, 체감지표의 하락 등 내수 둔화 우려, 재고부담에 따른 생산 및 성장 둔화 우려, 정책 목표를 크게 하회하는 물가 등도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여삼 KDB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으나 이달에 인하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과 소통하고 1분기 경기 흐름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인하에 힘을 싣는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은 그간 금리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은은 지난 1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해외 요인에 의한 저물가 기조에 대해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이 최적이 아니며, 오히려 금리인하가 금융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미 금리 하한선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 강세와 달리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만기가 남은 채권을 2조원가량 순매도하고 2조3000억원가량 만기상환분을 연장하지 않는 등 외국인의 원화채권 이탈 우려는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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