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14 19:51:28
기사수정 2016-02-16 17:10:52
이색 예비후보들 살펴보니
4·13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며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여야 각당의 대진표를 보면 후보 간 여러 인연과 이색경력 등이 눈길을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문이나 지인, 친구 간 피할 수 없는 일전이 예고된 곳이 있는가 하면, 한때의 동료가 지금은 적이 돼버린 전장도 있다. 경력과 출신이 이채로운 예비후보도 많다.
◆동지에서 적으로… 기구한 공천전쟁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지역에서는 여당 예비후보 간 양보 없는 공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 진주는 진주고 동문 간의 얄궂은 각축장이다. 갑 지역구에선 진주고 1년차 선후배 사이인 박대출 의원과 최구식 전 의원이 맞붙는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친분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박 의원이 지난해 말 고교 선배 최 전 의원의 복당에 강력 반발하는 등 앙숙이 됐다. 을 지역구에선 진주고 동창이자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김재경 의원과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공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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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신청 첫날인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접수처에서 당 관계자들이 예비후보들의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대구 동갑에선 경북고 동기인 류성걸 의원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대구 달서을에선 치안정감 출신끼리 대결이 펼쳐진다. 윤재옥 의원에 맞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두 사람 모두 달서경찰서장을 지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천 대결이 한창이다. 서울 강서을에선 19대 비례대표 출신인 진성준, 한정애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지역위원장 경쟁에선 진 의원이 이겼지만 본선행 티켓은 누가 거머쥘지 장담할 수 없다. 3선 현역인 노영민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청주 흥덕을에선 청주 중앙초와 충북대 동문 간 대결이 펼쳐진다. 비례대표 출신의 도종환 의원과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전 의장이 청주 상당에서 흥덕을로 출마 지역구를 바꾸면서 두 사람은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인 2세, 국회 보좌진 출신, 스포츠 스타 등 눈길
20대 총선 출마 도전자들 중에는 2 ,3세 정치인들도 상당수다. 새누리당엔 중진급 의원이 많다. 6선에 도전하는 김무성 대표(부산 영도)를 비롯해 4선에 나서는 김태환(경북 구미을) 유승민(대구 동을)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의원, 3선에 도전하는 김세연(부산 금정) 정문헌(강원 속초·고성·양양) 김을동(서울 송파병) 의원이 있다.
더민주에선 재선 도전에 나선 정호준 의원(서울 중구)이 눈에 띈다. 조부인 정일형 전 의원과 부친인 정대철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 각각 8선, 5선을 지냈다. 부친인 정 전 의원이 최근 더민주를 탈당하면서 정 의원이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설욕을 노리는 원외 정치인 2세들도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 김성동 전 의원(서울 마포을)은 19대 총선에서 더민주 정청래 의원에게 패했으나 이번엔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더민주 김상현 상임고문의 아들 김영호 지역위원장(서울 서대문을)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을 상대로 3번째 도전을 한다.
정치 일선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배지 도전에 나선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도 어느 때보다 많다. 새누리당에선 원희룡 제주지사의 보좌관 출신인 이기재 예비후보(서울 양천갑), 김태호 최고위원의 보좌관을 지낸 이창진 예비후보(부산 해운대·기장갑) 등이 있다. 더민주에선 김광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강동기 예비후보(경기 고양덕양을), 국민의당에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의 특보 출신인 정기남 예비후보(경기 군포) 등이 뛰고 있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스포츠계·방송연예계 출신 인사들도 있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예비후보는 경남 김해을에서 3번째 도전에 나선다. 실제 출마 여부는 미지수지만 ‘난방열사’로 불리는 배우 김부선씨도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현역으로는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과 최근 불출마 선언을 번복한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의원(인천 남동갑)이 있다.
◆집시법에서 음란물 유포 혐의까지 전과자 수두룩
전과 이력을 보유한 예비후보도 상당하다. 이번 총선부터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 모든 전과 기록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빚어진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함께 단순 폭행이나 음주운전 같은 사소한 전과 이력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살인미수, 사기, 상해 등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후보도 부지기수였다. 새누리당 임춘목 예비후보(서울 중구)는 살인미수죄로 징역 3년을 살았다. 음란방송 논란이 일었던 아프리카 TV 창립자인 더민주 문용식(경기 고양덕양을) 예비후보는 7건의 전과 기록이 있으며 그중에는 음란물 유포방조 혐의가 포함돼 있다.
가장 많은 전과기록을 가진 이는 무소속 손종표 예비후보(대전 대덕)다. 집시법, 음주운전을 포함해 전과가 무려 10건이다. 새누리당 이기창(서울 중랑을), 방형주(경기 용인을), 김홍업(경남 산청·함양·거창) 예비후보가 8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