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아물지 않았다"…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2년

일부 학생 입원·휴학·자퇴…피해보상 문제도 덜 끝나
오는 17일이면 경북 경주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만 2년이 된다.

당시 사고로 체육관 안에 있던 대학생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법원은 이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리조트 및 시공사 관계자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 징역형 및 금고형 등을 선고했다.

정부도 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피해 학생이 많아 사고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 사고 개요

2014년 2월 17일 오후 9시께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지붕이 무너졌다.

체육관에서는 1천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이벤트 업체 주관으로 게임을 하던 중 무대 뒤편 지붕에서 '쩍쩍'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지붕이 V자 형태로 무너졌다.

순식간에 '사전제작 철골 시스템'(PEB)의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부산외대 학생 9명, 이벤트 회사 직원 1명 등 모두 10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공식적으로 204명에 이른다.

PEB공법은 철제 구조에 외벽을 샌드위치패널을 붙이는 방식이다.

사고는 체육관이 지붕에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으면서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체육관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여러 단계가 모두 부실해 일어난 '인재'로 드러났다.

지붕 패널을 받치는 금속 구조물인 중도리 26개 가운데 14개를 지붕 패널과 제대로 결합하지 않고 주기둥과 주보에 저강도 부재를 사용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부차적으로 고강도 무수축 모르타르 등도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리조트 측은 건물 천장이 눈 하중에 약한 구조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일에 걸쳐 70㎝의 눈이 쌓였지만 제대로 치우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1천여명이 참석하는 행사를 강행하다가 참사가 발생했다.

◇ 보상 합의 미진

사고 발생 후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체육관 설계·시공·감리 담당자, 리조트 관계자 10여명에게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했다.

체육관 공사책임자 서모씨는 징역 1년6개월, 설계·감리책임자 이모씨는 금고 1년6개월, 건축구조기술사 장모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상고한 일부 피고인에게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체육관 지붕 패널 설치공사를 하면서 패널과 떠받치는 구조물을 부실하게 결합해 사고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기소된 박모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강도가 떨어지는 철골구조물을 납품한 업체 대표 임모씨도 금고 1년 6개월로 정해졌다.

코오롱 측은 2014년 7월 사고가 발생한 체육관을 모두 철거했다.

부산외대는 2015년 3월 캠퍼스 내 추모공원에 추모비를 세웠고, 17일 학내에서 피해자 추모식을 연다.

사고가 난 뒤 정부는 안전점검 사각지대에 있던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특정관리 대상시설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또 대학생 집단연수 때 안전확보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각 대학에 통보했다.

그 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총학생회가 아닌 대학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었다.

조립식 철골구조 건축물이나 일정 규모 이상 공장 등에 시설 관리자가 지붕에 쌓인 눈을 의무적으로 치우도록 한 '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도 지난해 12월 개정돼 적용 중이다.

이처럼 사고에 따른 개선책이 나왔지만 건물 신축 공사장 등에서는 여전히 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보상 역시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마우나오션리조트와 모기업인 코오롱은 사고 이후 보상협의를 진행해 상당수 피해자와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20명의 피해자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2명은 마우나오션리조트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한 끝에 최근에서야 위자료와 치료비를 받아낼 수 있었다.

보상과 별개로 일부 피해자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 학생은 2년이 다 된 지금도 병원에 입원 중이고, 한 학생은 2년간 휴학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여러 사정으로 학교를 자퇴하기도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학생도 적지 않다.

부상자 가족 최상득씨는 "코오롱측은 사고 발생 직후에는 사과하며 피해자 보상에 성의를 보이기로 했으나 시간이 흐르자 공탁금만 걸어놓은 채 치료비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돈을 떠나 코오롱측 행위가 괘씸해 소송을 벌였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부터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은 경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다른 사고와 비교해 국민 관심에서 멀어진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