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15 19:54:46
기사수정 2016-02-15 19:54:46
KBS1 ‘시사기획 창’
KBS1 ‘시사기획 창’이 16일 오후 10시 ‘독점발굴-삭제된 필름… 빛을 보다’편을 방송한다. 감독과 배우 등 영화계 종사자들의 어렴풋한 회고를 통해서만 알려졌던 과거의 영화 검열 실체를 삭제 필름과 문건을 통해 공개한다. 한국영상자료원 보존고에 잠자고 있던 삭제된 영화 필름은 한국 영화의 경우 약 1300커트, 영화 약 600편 분량이다. 검열서류에는 영화 4200여편에 대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제작진이 찾아낸 삭제 필름 가운데는 사극 ‘어우동’의 어우동과 성종의 밀회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어우동을 연출한 이장호 감독은 영화가 불순한 민중영화라는 투서가 관계기관에 들어갔고, 절대 권력을 희롱한 것 아니냐는 당국의 자의적 판단 아래 가위질을 당했다고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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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시사기획 창’은 16일 방송에서 한국영상자료원 자료 발굴을 통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벌어진 영화 검열의 실체를 보여준다. KBS 제공 |
신체 노출 등과 관련된 풍속의 문제, 노동, 이념 문제 등으로 검열이 주로 이뤄졌다는 것이 삭제된 필름을 통해 확인된다. 1970년대 문화공보부 영화과에서 검열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시사실에서 중앙정보부 요원과 내무부 치안 담당자, 문공부 직원이 함께 검열을 진행했다. 검열 서류에는 지적 사항들이 세세하게 나타나 있는데, 일관성 없는 잣대 적용으로 상영불가에서 상영결정으로 바뀌는 영화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숨진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저 높은 곳을 향하여’는 중앙정보부가 “반체제 운동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상영불가 판정을 내렸지만 1980년대 신군부 검열관은 상영판정을 내렸다.
황석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75년 이만희 감독의 ‘삼포 가는 길’은 한국 영화사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감독은 기차 역에 홀로 남겨진 여주인공 모습으로 영화를 끝맺겠다는 생각이 확고했으나 영화사 요구로 당시 개통된 동양 최대 현수교 남해대교를 보여주며 끝내야 했다. 영화를 통해 사회 발전상을 부각하려는 정부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