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9단 “이렇게 즐거운 바둑은 처음”

‘한국 바둑의 전설’ 5인전서 4위
“내년 대회도 꼭 참가하고 싶어”
유창혁 9단 초대우승 거머쥐어
“바둑을 많이 좋아하는데, 이렇게 기쁘게, 즐겁게 바둑은 두기는 처음입니다.”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걸고 일본에서 활동하는 조치훈 9단은 ‘2016 전자랜드 프라이스킹배 한국바둑의 전설’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5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대회 시상식에서 조치훈 9단은 “한국 바둑의 전설들과 승부해서 진짜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 대회가 한 번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내년에도 해주신다고 하니 또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6 전자랜드 프라이스킹배 한국바둑의 전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홍봉철 전자랜드 회장, 조훈현 9단, 조치훈 9단.
연합뉴스
한국바둑의 전설은 조치훈 9단과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등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거장 5인 사이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로 초대 우승은 유창혁 9단이 거머쥐었다.

조치훈 9단은 대회 개막전에서 조훈현 9단에게 211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둔 것을 떠올리면서 “존경하는 조훈현 선배한테 제가 많이 졌는데 이번에는 고마웠다”며 웃었다. 이어 “서봉수 선배한테도 바둑을 지면 안 되는데 (졌다)”며 또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래도 진짜 재밌게 뒀다”고 즐거워했다.

조치훈 9단은 1승3패로 5명 중 4위에 그쳤지만 시상식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4명 외에 겨루고 싶은 전설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 4명만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조치훈 9단에게 이번 대회는 뜻 깊었다.

최하위인 5위에 그친 조훈현 9단은 “개인적으로 조금 불만스러운 성적이었다”며 “조치훈 9단에게 너무 이겨서 미안한 마음에 양보하다 보니 첫 판에 졌다. 그때부터 조금 어긋난 것 같다”고 밝게 말했다. 초대 우승자에 등극한 유창혁 9단은 “선배들에게 여러 가지로 배운 것이 많다”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지도자 일을 주로 했는데, 이번 경기로 승부사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