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몇몇 인사 둘러싼 ‘정권 실세 연줄’ 잡음, 우연인가

국민연금공단 강면욱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이 어제 업무를 시작했다. 국민연금 적립금 500조원을 주무르는 기금운용본부 수장은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린다. 능력과 자질이 떨어지면 국민 생활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심각하다. 공단은 “국내 자산운용 및 해외펀드 개발·운영 경험과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1985년 국민투자신탁에 입사해 국제영업, 국제운용 업무를 담당했고 슈로더, ABN암로 등 외국계 금융사를 거친 뒤 메르츠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자금 운용의 전문성은 업계에서 인정받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공모 개시 후 지원자 18명을 대상으로 석달 넘게 인선이 진행되면서 그에겐 ‘TK(대구·경북)라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선배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안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 때 안 보이면 찾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고 한다. 강 본부장은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과 막판까지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능력은 이 전 본부장이 앞서지만 정치적 배경은 강 본부장이 더 든든해 낙점받았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동안 정권 실세와의 ‘연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 5일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서울법대 84학번 동기인 최윤수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국가정보원 2차장에 임명됐다. 최 차장은 공안수사 경력이 전무했는데도 국정원의 국내파트 책임자로 발탁돼 우 수석과의 인연이 영향을 미친 인상이 짙었다. 지난해 1월 우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이 된 뒤 최 차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장급, 국정원 2차장으로 고속승진한 것도 민정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지난해 7월 검사 출신인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인선은 내부 출신 임명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기다. 이 같은 사례들은 우연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같은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으로 비친다. 연줄에 따른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재론이 필요 없다. 4월 총선 출마로 임기 중 사퇴한 공공기관장 11명 중 7명 자리가 공석이다. 한국공항공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이 대상으로 후임 인사에서 어떤 사람들이 기용되는지를 보면 그간 소문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