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번엔 ‘햇볕수정론’… 거침없는 우클릭

“남북 상황 달라져… 생각해봐야”
더민주 대북정책의 핵심 골간
당과 외교안보 측면 시각차 커
당 내선 불만 속 “일단 지켜보자”
문재인 “생각 다 같을 필요는 없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우클릭(보수성향 강화)’ 행보가 거침없다.

북한 궤멸론과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찬반 극복 발언에 이어 야당 대북 정책의 핵심 골간인 햇볕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햇볕정책과 관련, “김정일은 자신의 지배체제를 안정시킨 후 대화에 나섰지만 김정은은 아직도 자기 권력이 안정됐다는 확신을 갖지 못해 불안한 상황”이라며 “대화와 교류협력으로 문제를 푸는 게 햇볕정책인데 최근 달라진 남북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할지 아니면 보완 발전시켜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햇볕정책을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악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국정에 관한 연설’을 하기에 앞서 의장접견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 등 여야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4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햇볕정책이 지금도 맞는지는 진단해봐야 하고, 발전된 햇볕정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당 정체성과 직결된 정책을 김 대표가 뒤흔드는 것에 대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한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부 비대위원들도 회의석상에서 김 대표의 햇볕정책 보완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의 안보관에 대해 “나는 생각을 쉽게 못 바꾸는 사람”이라며 보수적 소신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에는 한 방송에서 북한 궤멸론에 대해 “국민의 실생활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미사일이나 핵개발 같은 데 모든 자원을 투자하면 소련과 같은 그런(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그 말 자체를 취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원유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대화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에서는 더민주와 접점이 크지만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시각차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김 대표 측은 그의 연이은 안보 우클릭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민주를 향한 여당의 ‘종북 프레임’ 공세를 차단하고, 경제민생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도 정당을 지향하면서 안보에서 더민주보다 보수적 색채를 내세웠던 국민의당도 김 대표의 최근 행보로 머쓱해졌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총선 공천과 전략 운용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당내에선 당장 정면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김 대표와 달리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연일 강경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김종인 위원장이 오신 이후로 당이 아주 안정되고 활력도 많이 생겼다”며 “(총선에서) 이길 것 같지 않으냐”며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의 안보관 시각차를 지적하는 질문에도 “생각이 다 같을 필요는 없죠”라고 받아넘겼다. 자신과 김 대표의 시각차가 자칫 당내 정체성 논란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읽혀졌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