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기수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후기 명작 ‘핀치 콘티니의 정원’(1970)이 45년 뒤늦게 국내 팬들과 만난다.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은 이른바 네오리얼리즘 3부작 ‘구두닦이’(1946), ‘자전거 도둑’(1948), ‘움베르토 D’(1952)를 선보이고서 나서 잠시 부진에 빠졌다가 이 작품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과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상 수상작으로,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르지오 바사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1938∼1943년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 지방의 유서 깊은 유대인 가문 핀치 콘티니 가문의 몰락을 다룬다. 페라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 중심지로, 15세기 말에서 16세기에 건립된 웅장하고 화려한 저택들로 유명한 곳이다.
파시스트 정권의 반유대인 정책에도 핀치 콘티니 가문의 자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을 저택으로 초대해 테니스를 치거나 피크닉을 즐긴다. 당시 무솔리니 정권은 독일 나치 정권에 발맞춰 유대인의 공립학교 입학 금지, 타민족과의 결혼 금지, 군 복무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민족차별법을 공표한다. 수상한 시절이지만 조르지오는 핀치 콘티니 저택을 드나들면서 미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간다. 하지만 미콜은 그를 단지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한 친구로만 여기면서 그의 친구이자 오빠 친구이기도 한 말나테와 가까워진다. 두 청춘의 사랑은 어긋나고 그와 함께 철옹성 같았던 핀치 콘티니 가문도 파시즘의 격랑에 빠져든다.
영화는 유대인 학살이나 박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귀족 가문도 결국에는 파시즘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음을 차근차근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더욱 비극적이다.
이 영화는 네오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기교를 부리지 않고 일어난 일들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관객이 스스로 느끼게 하는 비토리오 감독의 연출기법은 그대로다. 3월 3일 개봉 예정.
김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