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스토리] 오빠부대 몰고다니는 '덩크슛'… 시청률은 '강스파이크' 압권


겨울 스포츠의 1인자 자리를 놓고 농구와 배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만 냉정히 말하면 시작은 농구의 우위다. 프로 출범도 빨랐고, 대도시 시장을 선점했다. 접근성이 좋고, 교통이 편한 체육관은 프로농구가 먼저 차지해 V-리그는 상대적으로 중소 도시에 연고지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프로배구는 늦게 시작했지만 프로농구가 저질렀던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 급성장을 거듭해 프로농구의 인기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시청률은 프로배구의 압승


설 연휴인 지난 9일 열린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생중계 시청률은 1.81%. ‘1%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케이블 시청률에서 프로배구는 확실히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반면 같은 날 열린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부산 KT, 창원 LG와 전주 KCC 경기의 시청률은 0.26%, 0.35%에 그쳤다. 시즌 평균 시청률도 남자 프로배구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1%를 넘어섰다. 반면 남자 프로농구는 0.25%와 0.28%에 머물렀다.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의 최고 시청률이 0.60%인데, 이는 여자 프로배구의 올 시즌 평균 시청률인 0.7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여자 프로배구의 지난 14일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경기는 1.13%를 찍었다. 이는 여자 프로농구는 물론 남자 프로농구조차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다.

시청률 1%당 지상파는 대략 46만~47만명, 케이블TV는 36만명의 시청자가 본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케이블TV 시청률 0.1%의 차이는 시청자수로 따지면 3만6000명이 해당 프로그램이나 경기를 더 봤다는 걸 의미한다. 올 시즌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의 최고 시청률 차이가 약 1.2%포인트이니 40만명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프로 출범 후 주관방송사가 KBSN 스포츠로 고정됐다. 이는 V-리그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여자프로농구 선수 강이슬(KEB하나은행)이 지난달 17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16시즌 올스타전에서 치어리딩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WKBL 제공
프로배구 시청률 고공행진의 비결 중 하나는 확실한 라이벌 구도다. 1990년대부터 ‘전통의 라이벌’로 불려온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을 비롯해 ‘신흥 강호’로 자리 잡은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과 함께 ‘삼성화재 천하’에서 2인자 자리를 두고 경쟁한 대한항공까지 다양한 라이벌 매치가 가능하다. 반면 프로농구는 라이벌 구도를 찾기 쉽지 않다.

또 프로배구는 시몬, 그로저, 오레올 등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반면 프로농구의 외국인 선수들도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있지만, 결국 NBA 진출에 실패한 선수들이다. NBA라는 확실한 상위리그가 있는 농구에 비해 연봉과 복지 수준이 유럽리그에 전혀 밀리지 않는 V-리그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몰려들 수 있는 환경이다. 

# 관중동원·인터넷 버즈 양은 프로농구 앞서


관중 동원은 프로농구가 확실히 앞선다. 프로농구는 2013~14시즌 약 120만명, 2014~15시즌 104만명 등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 반면 프로배구는 2013~14시즌 약 41만명, 2014~15시즌 약 50만명에 그친다. 이는 프로 출범이 8년 앞선 프로농구가 연고지 정착에서 프로배구에 앞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 삼성의 잠실실내체육관(약 1만명 수용), 부산 KT의 부산 사직체육관(약 1만4000명 수용) 등 프로농구는 7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체육관들을 선점하고 있다. 또 프로배구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려 있는 반면, 프로농구는 수도권과 울산, 부산, 창원, 전주 등 지방 대도시에 연고 구단이 있어 리그의 전국화 측면에서는 확실히 앞서 있다.

리그 규모가 프로농구가 더 큰 것도 관중 동원에 유리하다. 프로농구는 10개팀이 54경기씩 270경기를 치르는 반면 프로배구는 남자 36경기, 여자 30경기로 남녀부 다 합쳐도 216경기로 경기수가 더 적다. 여기에 남녀 구단이 함께 있는 서울, 인천, 수원, 대전에서는 하루에 2경기가 같은 장소에서 열리기 때문에 관중 동원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프로농구는 ‘버즈 양’에서도 크게 앞선다. 버즈 양이란 미디어 및 소비자가 생성하는 정보의 양인 ‘CGM(Consumer Generated Media)’을 포함한 키워드 언급량을 말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와 11개 일간지, 인터넷언론, 방송사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블로그와 게시판,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전문 사이트, 클럽, 동영상 카테고리가 포함된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전주체육관과 천안 유관순체육관. 두 종목의 인기 분석 결과 시청률에선 프로배구가 앞서고 관중 동원력과 인터넷 버즈 양 집계에선 프로농구가 앞서 겨울 스포츠의 맹주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KBL·현대캐피탈 제공
2013~14시즌에 총 버즈 양과 평균 버즈 양이 프로농구가 약 5배나 앞선다. 2014~15시즌 3배, 2015~16시즌 2배 정도의 차이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배구보다 농구에 더 관심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프로배구 주 시청자 층이 40~50대가 많다고 공통적으로 분석한다. 시청률과 버즈 양 수치를 비교해 보면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진다. 프로농구는 중계 채널 안정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구축하고, TV 시청 주도권을 가진 40~50대 중장년층의 공략이 더 필요하다. 프로배구는 시청률 고공행진에 안주하지 말고 젊은 세대를 향한 타깃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