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1 19:54:23
기사수정 2016-02-22 11:28:14
도로공사 시스템 개선 시급
112억원 들여 42개 영업소 설치/지폐 인식 못해 기계와 씨름 일쑤
고령 이용자는 사용법 몰라 불편/차 밀릴땐 직원이 돈 받아서 투입
“신용카드 이용하면 좀더 편리”
“이렇게 사용이 불편한 무인수납기를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 김일수(45·광주시)씨는 전남 함평요금소를 통과하면서 애를 먹었다. 무인수납기가 지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요금수납이 안 돼 한참 동안 기계와 씨름했다. 김씨는 지갑에 있는 깨끗한 지폐를 골라서 투입하고서야 겨우 요금소를 통과했다.
충남 공주∼서천 고속도로 서부여요금소를 이용한 박행석(59·충남부여)씨는 고령의 앞 차 운전자가 무인수납기의 이용법을 몰라 허둥대다가 직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요금을 지불하고 빠져 나가는 것을 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전국 곳곳의 고속도로 무인수납차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통행료 지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 효율과 편리를 위해 도입한 무인수납기가 홍보부족 등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되레 불편을 겪으면서 요금소 지·정체를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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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한 고속도로 요금소 무인수납차로에서 차량이 밀리자 직원이 나와 운전자로부터 돈을 받아 투입해 주며 차량을 통과시키고 있다. |
무인수납기를 이용했던 한 운전자는 “연세가 있는 앞차 운전자가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차에서 내려 앞차로 다가가 도움을 줬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운전자는 “손이 기계에 닿지 않아 추운 날씨에 차에서 내려 요금을 투입했다”고 고충을 말했다. 특히 무인수납기가 설치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는 차량이 밀리면 직원들이 추위에 떨며 운전자로부터 돈을 받아 수납기에 현금을 투입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21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고속도로 341개 영업소 가운데 42개 영업소에 무인수납기가 설치돼 있다. 수납기는 영업소 운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2012년부터 설치됐다. 하루 통행량이 1000대 미만이면서 일반차로 2차로 이상인 폐쇄식 영업소와 소형 개방식 영업소에 인력을 대신해 무인기가 들어섰다.
도로공사는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벤치마킹하고 타당성과 충분한 기술검토를 거쳐 무인수납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무인수납기 설치에는 폐쇄식은 한 대당 2억6000만원, 개방식은 1억9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도로공사는 42대의 무인수납기를 설치하는 데 모두 112억8000만원을 투입했다. 도로공사는 요금소 관리 용역비에서 인건비를 감액해 지난해 101억5000만원을 절감했다며 경영효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통행료 무인수납기를 이용할 때마다 불편을 겪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 요금소 직원도 “몇억원씩 들여 설치한 무인수납기가 이용자의 편의를 외면하고 있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금보다 신용카드나 전자카드를 이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무인수납기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용불편 해소를 위해 현금투입구 위치를 조정하는 등 시스템 개선과 지·정체 발생 및 기기 이상 시 유인차로 개방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