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1 20:17:26
기사수정 2016-02-22 02:20:30
모스크바 그랑프리 은메달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탱고의 여인’으로 돌아온 손연재(22·연세대)는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노래와 안무를 선보였다. 장기인 ‘포에테 피벗(한쪽 다리를 고정하고 다른 다리를 펴서 회전하는 고난도 기술)’에서는 안정감을 보였지만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작품성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였다. 당시 손연재는 “12월까지 작품을 수정하느라 제대로 연습한 건 2주밖에 안 된다.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임했다”며 “작품성이 완벽하지 않았다. 남은 기간 열심히 연습해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 달 만에 실전에 나온 손연재는 훨씬 숙련된 표현력을 뽐냈다. 가벼운 몸놀림 덕분에 연기력은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손연재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드루즈바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2016 모스크바 그랑프리 개인종합 경기에서 72.964점을 기록, 알렉산드라 솔다토바(74.066점·러시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후프(18.066점)와 볼(18.366점)에 이어 이날 곤봉(18.366점)과 리본(18.166점) 연기를 펼친 손연재는 4종목에서 모두 18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손연재가 이날 획득한 4종목 합계 72.964점은 지난해 8월 소피아 월드컵에서 기록한 72.800점을 넘어서는 자신의 역대 개인종합 최고기록이다. 볼과 곤봉 역시 개인 최고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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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왼쪽)가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6 모스크바 그랑프리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은메달을 딴 뒤 1위 알렉산드라 솔다토바(가운데), 3위 아리나 아베리나와 시상대에서 활짝 웃고 있다. 모스크바=TASS연합뉴스 |
이어 손연재는 종목별 결선 후프 종목에서도 18.283점을 얻어 은메달을 추가했다. 볼(18.383점)과 리본(18.133점)에서는 동메달 땄다. 곤봉은 18.250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손연재는 이번대회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의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러시아체조연맹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급은 다소 낮지만 리듬체조 최강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기 때문에 국가당 출전 선수의 수를 제한하는 국제체조연맹(FIG) 주관의 월드컵 대회나 세계선수권대회보다 훨씬 더 경쟁이 치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연재는 러시아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2011년부터 매년 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개인종합 부문에서 시상대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손연재는 2011년에 개인종합 19위를 기록했고 2012년 18위, 2013년 10위, 2014년 6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가 매년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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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사진 올린 ‘체조 요정’ 손연재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은메달과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을 남겼다. 손연재는 “road to rio(리우로 가는 길)”라는 설명을 남겨 2016 리우올림픽을 향한 굳은 각오를 나타냈다. 손연재 인스타그램 캡처 |
세계선수권 3연패의 야나 쿠드랍체바(러시아)는 불참했지만 올림픽 유력한 메달 후보인 마르가리타 마문(러시아)과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등 세계적인 에이스들이 대거 참가했다. 마문과 스타니우타는 각각 후프와 리본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상대적으로 손연재의 연기가 돋보였다. 손연재도 곤봉 마지막 동작에서 수구를 놓치고 리본에서도 수구가 한 차례 꼬이는 실수가 나왔지만 당황하지 않고 노련하게 대처하며 고득점을 획득했다.
교체한 음악에 아직 적응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손연재는 마의 벽이라 불리던 18.5점대 돌파도 머지않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세를 이어가면 8월 리우에서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낼 가능성도 크다. 손연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지막 모스크바 그랑프리였는데 정말 감사하다”며 “이제 시작이다. 끝까지 파이팅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