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1 20:20:17
기사수정 2016-02-22 02:21:46
호주오픈 4라운드서 버디만 8개
리디아 고 3타차 따돌리고 정상에
일본 골프 선수 노무라 하루(24)는 한국인이나 다름없다. 요코하마에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노무라는 여섯살때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초·중·고를 다니며 한국 이름 ‘문민경’으로 주니어 골프 무대에서 활동해 국내 선수들과도 친하다.
노무라는 지난해 9월 우승상금만 3억원에 달하는 특급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한국무대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당시 이중국적을 지닌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어려움을 털어놓은 뒤 우승을 외할머니에게 바치며 눈물을 쏟았다. 노무라는 만 18세에 일본 무대로 진출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세계랭킹 67위에 불과한 노무라가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세계랭킹 1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한국명 고보경)를 제치고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노무라는 21일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 골프클럽 서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호주오픈(총상금130만 달러·약15억6000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쓸어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5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 리디아 고를 3타 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우승을 확정지은 노무라에게 18번홀 그린위에서 축하의 샴페인을 뿌려준 것은 리디아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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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하루가 21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LPGA 제공 |
2011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었으나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매년 상금 순위 60위권 밖에 밀려나 있었다. 노무라는 처음으로 후원사의 지원을 받으며 하와이에서 혹독한 동계훈련을 한 덕분에 지난 7일 끝난 코츠골프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비록 13위에 그쳤지만 장하나(24·비씨카드), 리디아 고와 함께 챔피언조에 들며 상승세를 탔다. 호주오픈 출전에 앞서 서울에 머물던 노무라는 지인들에게 최근 샷감이 너무 좋아 조만간 우승할 것 같다고 말했던게 그대로 적중했다.
전반에 3타를 줄인 노무라는 한때 리디아 고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줬으나 후반 13번홀(파5)과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격차를 벌렸고, 16번홀(파4)과 17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18번홀(파4)에서는 두번 째 샷을 벙커에 빠트리며 이날 첫 보기를 냈지만 우승에는 지장이 없었다.
장하나(24·비씨카드)는 공동 4위(280타)에 올랐고, 2014년 이 대회 우승자인 베테랑 카리 웹(42·호주)은 3위(279타)에 올라 홈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병헌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