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빠른 기술 농구’ 위력… 초보감독 리더십 빛났다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쾌거 지난해 9월 시작한 2015∼16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자는 리그 최종일에야 가려졌다. 주인공은 전주 KCC로 2001년 팀 창단 후 첫 우승의 짜릿함을 맛봤다.

KCC는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리그 4위로 만만치 않은 상대인 안양 KGC를 86-71로 대파하며 정상에 올랐다. 팀 최다인 12연승은 덤으로 따라왔다. 4년 연속 챔피언을 노리는 공동선두 모비스도 인천 원정에서 전자랜드를 89-70으로 꺾었다. 두 팀이 승률(36승18패)은 같지만 상대전적(4승2패)이 KCC가 앞서 모비스는 아쉽게 패권을 내줬다.

KCC는 전신이던 대전 현대 시절까지 포함하면 추승균(42) KCC 감독이 선수로 뛰던 1999∼2000시즌 이후 16년 만에 우승했다. 정규 시즌 최종일에 1위가 결정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2003, 2010, 2014년)다.

프로농구 KCC 선수들이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KGC와의 경기에서 이겨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추승균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3쿼터를 70-53으로 크게 앞선 KCC는 4쿼터에 들어서도 안드레 에밋과 전태풍이 득점에 가세하며 경기종료 7분50초를 남기고 78-57, 21점차까지 달아나며 우승을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KCC는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우승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만수’ 유재학 감독(53) 감독이 이끄는 탄탄한 조직력의 모비스, 호화멤버를 갖춘 서울 SK와 KGC에 비해 전력이 처질 것으로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추승균 감독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했을 정도다.

지난시즌 9위(12승42패)에 머물며 최근 몇 년간 바닥권에서 헤매던 KCC가 전력이 급상승한 것은 시즌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통하는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을 영입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추승균 감독은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거행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다른 9개 구단과 달리 1라운드에서 유일하게 193㎝ 이하의 ‘작은 용병’ 에밋을 과감하게 지명·영입하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화려한 개인기술을 갖춘 에밋은 빅맨들을 제치고 득점랭킹 2위에 오르며 추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과감한 투자도 한몫했다. KCC는 박진감 넘치고 빠른 기술농구를 구사하는 포인트 가드 전태풍(36)을 창원 LG와 경합 끝에 자유계약(FA) 선수로 영입한 데 이어 민완가드 김태술(32)마저 데려왔다.

또 지난해 시즌 중반에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허재(52) 전 감독을 대신해 사령탑을 맡은 추승균 감독대행에게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선수단 사기도 진작시켰다. 특히 초보인 추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선수 시절 현대와 KCC에서 뛴 ‘원클럽맨’ 추 감독은 ‘즐겁고 재미있는 일터(농구)’를 강조한다.

선수들에게 지적은 아주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칭찬은 오래, 자주 반복했다. 2012년 3월 현역에서 은퇴한 추 감독이 초보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무장한 셈이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CC는 정규리그 4위 KGC-5위 서울 삼성 승자와 다음달 7일부터 5전3승제로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2위 모비스는 3위 오리온-6위 동부의 승자와 다음달 8일부터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6강 플레이오프는 25일 KGC의 홈인 안양에서 시작된다.

안양=정지혜 기자,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