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나를 믿고 따라준 선수들 자랑스럽다”

추승균 감독 ‘감격의 눈물’ 초보인 추승균(42) KCC 감독은 21일 안양 원정경기에서 안양KGC를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무뚝뚝해 보이던 추 감독도 감격의 우승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이 15년간 선수로 뛰었던 KCC가 지난해 9위에 그치는 등 팀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기에 더욱 그러했다.

추 감독은 “지난 10개월 동안 못난 나를 믿고 따라준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오늘의 우승은 선수들의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선수시절 명슈터로 이름을 날린 추 감독은 “모든 것을 아울러야 하는 감독 때의 우승은 선수 때의 그것보다 훨씬 값지고 감격스럽다. 평생 잊지 못할 하루”라고 강조했다.

추 감독은 “KCC가 정규리그 우승을 못한다는 꼬리표를 멋지게 깨고 싶었다. 이곳에서 선수로서 뛰었기에 정규리그 우승이 더욱 간절했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전에는 늘 기도를 한다는 추 감독은 “정말 오늘은 꼭 이기게 해 달라고 절실하게 기도했다. 기도가 효험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프로농구 전주 KCC 추승균 감독이 2015-16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지난 시즌 도중 갑작스레 사령탑에 오른 추 감독은 독기를 품었다. 선수 시절의 명성에 금이 가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시즌 개막 2개월 전부터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오로지 우승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많이 부딪쳤지만 질책을 별로 하지 않았다. 대신 칭찬을 많이 해줬다. 오랜 선수시절과 3년간의 코치 생활 눈으로 보고 배운 결과라고 했다.

추 감독은 “농구장은 프로인 우리들의 일터다. 서로 인상 쓰고 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늘 즐겁게 농구하자고 선수들과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추 감독은 사령탑 첫해에 너무 큰 것을 이뤄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늘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지켜봐 달라”고 자신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고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이 남아 있다. 추 감독은 정규리그 1위의 여세를 몰아 당연히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KCC는 정규리그 1위라는 메리트로 14일 정도 쉰다.

추 감독은 “초보 감독이라 이 기간 동안 스케줄을 어떻게 짜야 할지 버겁다. 스태프들과 많이 얘기해서 선수들 컨디션 조절을 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여기까지 온 만큼 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르는 게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며 활짝 웃어 보였다.

안양=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