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1 20:21:44
기사수정 2016-02-21 21:05:46
가계부채 발표 앞두고 고민 깊은 한은
가계빚이 무서운 기세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발표하는 ‘2015년 4분기 중 가계신용 현황’에서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이 1200조원을 넘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사상 최저금리와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결과다. 대내외 압박에도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리지 못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166조374억원으로,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편제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과 보험 등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과 결제하기 전 카드 사용액 등을 합친 것이다.
분기별로 보면 가계신용은 2014년 4분기 1085조259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조8177억원이 늘어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2014년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같은해 8월과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 영향이 컸다.
이후 2015년 1분기에는 증가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3월과 6월에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해 역대 최저금리인 연 1.5%로 내려가자 급증세로 돌아섰다. 2, 3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30조원 넘는 증가세를 보인 데다, 여신심사 선진화 대책을 앞두고 지난해 4분기부터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도 30조원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이 12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월에도 은행 가계대출은 2조2000억원 늘며 역대 1월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계부채가 지난해보다 둔화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예년 수준 이상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도 내다봤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가계빚은 연 4% 증가했는데 경제는 2.8% 성장하는 데 그쳤다”며 “경제규모에 비하면 가계부채는 아직 견딜 만하지만, 개인을 기준으로 보면 소득은 안 늘어나는데 가계부채는 증가하니 갚을 능력없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빚 증가세에도 부진한 경기회복세와 2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왔던 점 등을 근거로 해외 투자은행(IB)들과 채권시장에서는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HSBC와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4월에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0%에서 2%대 후반으로 낮추고 2분기(4∼6월) 중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올해 2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한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완만한 속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여 한은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운용할 여지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